“5월10일 0시부로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통의동 집무실로 배수의 진을 쳤다. 청와대가 ‘용산 청와대’ 구상에 제동을 건 데 대한 반발이다. 양측 회동까지 미뤄지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윤 당선인 측은 22일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제동에 맞불을 놨다.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넘겨받는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용산 집무실 출근이 어려울 경우,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임기 첫날을 시작하겠다는 원칙도 고수했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이날 김 대변인 브리핑 도중 ‘5월10일 0시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 전에 시쳇말로 방을 빼라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대변인은 해당 질문에 “(청와대 개방 시점을) 5월10일 0시라고 한 것은 그날이 윤 당선인이 국군통수권자로서 업무를 시작하는 날로써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게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저희는 무서운 세입자가 아니다. 주무시는 분을 우리가 어떻게 나가라고 하느냐”며 청와대를 향한 우회적인 비판을 잊지 않았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주무시는 분”은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청와대 직원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안보 공백’ 우려를 재차 표명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청와대는 위기관리센터가 있고, 그 위기관리센터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다”며 “5월9일 자정까지, 밤 12시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이고 군 통수권자로서 그 시스템으로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그러면 바로 (5월9일 자정이 지난) 1초 후에는 윤석열 후임 대통령이 그 시스템을 가지고 똑같은 일을 하셔야 된다”며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바로 옮길 것인가, 그 시스템을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걱정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감정싸움이 격화하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21일 진행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의 실무 협의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가 실무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변인은 지난 22일 인수위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위한 실무협상의 추가 진행 상황에 대해 “실무적 만남과 관련한 구체적 추가 일정이 들어온 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지난 16일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공공기관·공기업 인사권 행사 문제로 한 차례 충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구 권력 갈등이 표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용산 청와대’ 이전 문제 외에도 여소야대라는 상황, 이번 대선 결과가 불과 0.73%p 차이로 갈렸다는 점, 지방선거가 임박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야가 대선 표심을 절반씩 나눠 가졌던 것을 감안하면 대결 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국정주도권이 잡히는 만큼, 여야가 결국 힘의 정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이 인사권·청와대 이전 문제 등에 총력을 다하는 행보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차기 정부는 초창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차별화를 꾀할 것이고, 현 정부가 이에 불쾌감을 내비칠수록 양측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향후 지방선거의 승리 기세, 국정주도권과 연관되어 있다”라며 “여소야대 국면인 만큼, 이번에 밀리면 윤석열 당선인은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회동 성사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