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이 시끌시끌하다. 정권 교체가 당장 2개월 안에 예정된 상황이다 보니 금융당국은 물론 국책은행 등 금융권 수장들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시에 발생하는 등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다 보니 금융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유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같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 ‘한국은행 총재’…文vs尹 신경전 속 초유의 ‘공백’
현재 금융당국 수장 인사로 가장 뜨거운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한국은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뒤를 이을 신임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역대 최장수 한은 총재로 지난 2014년부터 활동했던 이주열 총재는 오는 3월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임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문재인 대통령 측과 전혀 협의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 측이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여기에 더해 감사위원 등에 대해서도 특정 인사를 추천한 바 없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4월1일 새 총재가 취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재 자리가 공석일 경우 한은은 정관에 따라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또한 신임 총재가 취임하지 못할 경우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릴 때 금통위 의장이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금통위 의장 직무 대행 위원이 순서에 따라 의장에 선임된다. 현재는 서영경 위원(2021년 10월∼2022년 3월)이 의장을 맡고 있고, 다음은 주상영 위원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 인사태풍 몰아칠까…산은·기업은행 ‘타깃’
한국은행 다음으로 수장 교체가 예상되는 금융사는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수장들이다. 이들은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일반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국책은행 수장도 대부분 교체됐다.
3개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중 현재 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곳은 산업은행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방안을 발표했지만, 산업은행의 반발을 사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반발의 중심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산업과 기업이 돌아가는 방식을 모르니까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지난 5년간 산은 회장으로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산은이 금융경제 수도인 서울에서 아우르며 전국의 균형 발전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윤 당선인의 공약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동걸 회장의 임기는 2023년 9월까지로 국책은행 수장들 중 가장 임기가 오래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친민주당 인사로 꼽히는 점, 윤 당선인 측과 직접적인 마찰이 있다는 점이 퇴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거취도 불안정하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린 바 있기 때문. 지난 2020년 1월 취임한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취임과 동시에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윤 행장의 취임으로 인해 약 10년간 없었던 ‘관치금융’이 다시 부활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업은행은 2010년부터 조준희 은행장에 이어 권선주, 김도진 은행장이 임명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을 끊어냈지만, 윤 행장이 취임하면서 관료 출신 인사가 선임된 상황이 됐다.
올해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수출입은행 방문규 행장의 교체 여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방 행장은 행시 출신 정통 경제관료 인사로 현재 윤 정부와 큰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 않다.
다만 방 행장도 금융권 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히고 있다. 방문규 행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친문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
금융권 관계자는 “방 행장은 수출입은행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다만 은성수 전 행장도 그렇고 수출입은행장 3년 임기를 완주한 경우가 드문 만큼 교체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