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요양시설…욕먹고 물리는 요양보호사들

굳게 닫힌 요양시설…욕먹고 물리는 요양보호사들

보호받지 못한 자들②
요양보호사 10명 중 6명, 돌보는 노인에 폭언·욕설 피해

기사승인 2022-03-24 16:50:03

①보호받지 못한 노인들...요양보호사 폭행 여전
②굳게 닫힌 요양시설…욕먹고 물리는 요양보호사들
③사각지대의 비극…‘노인-요양보호사 학대’ 악순환 끊으려면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코로나19 상황으로 요양시설의 문이 굳게 닫힌 지 어느덧 3년차다. 폐쇄성이 강해지면서 요양시설 등은 노인 인권의 사각지대가 됐다. 요양보호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입소 노인이 학대 당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요양보호사도 과중된 업무와 돌보는 어르신으로부터 폭행, 괴롭힘 등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번 출근 전하는 자가진단키트 검사는 고역이라고 한다. 음성 결과를 확인하고 요양원에 도착하면 24시간 근무가 시작된다. 원장님이 퇴근한 야간부터는 9명의 어르신을 혼자 돌봐야 한다. 잠깐 눈을 떼면 어르신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이 많은 만큼, 혹시 사고가 생길까봐 걱정이다. 다른 장소에 숨어 있는 모습을 발견해서야 긴장이 풀린다.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60대 요양보호사 A씨가 한 말이다.   

A씨는 어르신들의 기저귀를 가는 것보다 힘든 건 입소자가 욕설, 막말, 폭행을 할 때 라고 한다. A씨가 괴롭히고 때렸다며 시설 관계자, 가족 등에 전혀 사실이 아닌 말을 전할 때도 많다고.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요양보호사 임금실태조사 및 처우개선 방안 연구’ 보고소를 보면 비슷한 사례가 많다.  

한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어르신들 프로그램 진행, 운동이 원활하게 되지 않다 보니 중증 정도가 심해졌다”며 “노동의 강도가 굉장히 가중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치매 진전 속도가 빨라지니까 폭언, 폭행이 막 거칠어졌다”며 “코로나19 전에는 면회가 되니까 보호자들이 와서 왜 이렇게 밖에 못하냐 갑질을 했다고 하면 이제는 보호자들이 안와서 이건 좋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뢰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시설 및 재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370명에 ‘요양보호사 폭언·폭행·성희롱 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64.6%, 239명)이 돌보는 어르신으로부터 폭언·욕설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적 성희롱이 173명(46.8%)로 뒤를 이었고, 폭행 155명(41.9%), 성추행 93명(25.1%), 성폭행 12명(3.2%) 순이다.

시설에 갇힌 노인들과 요양보호사 모두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관계자는 “요양원·요양병원에서도 환자와 가장 밀접하게 관계되는 사람이 바로 요양보호사다. 요양보호사도 넓게 보면 의료인이지만 간병인으로만 취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 취득자에 비해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굉장히 부족한 게 현실”며 “다만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폭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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