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과 25일 양일간 4대 금융지주의 ‘슈퍼 주총 데이’가 모두 끝났다. 이번 금융지주 주총은 함영주 하나금융 부사장의 회장 선임과 KB금융 노조추천이사 임명 등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큰 ‘이변’ 없이 함 부사장은 회장 선임이 됐으며, KB금융은 5년 연속 노조추천이사 도입이 좌절됐다.
하나금융, 법률 리스크 이겨내고 함영주 회장 선임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함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함 회장의 선임 여부를 두고 금융권에선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채용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형사재판과 금융 당국의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 소송 등 2건의 재판을 받아 왔다. 1심에서 형사재판은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은 패소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은 재판 및 제재 문제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안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선임안이 가결되면서 함 신임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그룹을 이끌어가게 된다. 또한 ▲백태승 ▲김홍진 ▲허윤 ▲이정원 ▲이강원 등 5명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통과시켰다.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과 퇴임하는 김정태 회장에게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안건도 승인돼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함 회장의 선임을 두고 시민단체의 반대 집회도 개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5일 오전 집회를 열고 “하나금융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만 2개인 함영주 부회장의 무리한 회장 선임을 중단하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함영주 부회장에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부터 물어야 마땅하다”며 “함영주 부회장이 진정 사모펀드 사태와 채용비리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한다면, 스스로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금융 주총, 5년 연속 노조추천 사외이사 ‘좌절’
KB금융의 주총 관전포인트는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 여부였다. 주주들은 6호 안건으로 다뤄졌던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를 의결했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5.60%의 찬성표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대신 사측이 추천한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가 새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이번 부결에 따라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8년 주총부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5년 연속 실패하게 됐다. 6호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들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동일한 안건이 5년 연속 올라오고 있는데 주주들의 표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B금융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회원들은 주총 당일 집회를 갖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KB금융 노조는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촉구 및 부정청탁 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영화 이후 첫 주총…우리금융 최초 여성이사 합류
우리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집회나 충돌 없는 주총으로 끝났다. 사외이사 선임건의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내긴 했지만 모든 안건들이 원안대로 통과했다.
이날 주총을 통해 이덕원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이 행장은 당초 우리은행장에 내정되면서 이사회에서 나와야 했지만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에 잔류하게 됐다. ▲노성태 ▲박상용 ▲장동우 ▲정진형 사외이사 임기를 연장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특히 신규 사외이사에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우리금융 최초의 여성 이사가 탄생하게 됐다. 송 사외이사는 ‘ESG 전문가’로 알려졌다.
중간배당 관련 기준일을 명시하는 정관 변경안도 통과됐다. 지난해 첫 중간배당을 실시한 우리금융은 앞으로 중간배당을 꾸준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중간배당 금액은 1주당 900원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지난 23년간 염원해 왔던 완전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주주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최고의 경영성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성원에 보답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