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과학적 방역할 거라고? 그런 표현이 발목 잡을 수도”

“새 정부가 과학적 방역할 거라고? 그런 표현이 발목 잡을 수도”

[이영광의 간(間)보기]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기사승인 2022-03-28 06:00:02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에 의한 유행 정점을 3월 3주 혹은 4주 정도로 예상하였다. 현재 일일 확진자가 주 단위로 더블링 되는 건 꺾였으나 오미크론 확산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4일 엄 교수와 전화 연결해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 등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부,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한 게 아닌가 싶어”

- 지난 16일 일일 코로나 신규확진자 62만 명을 기록한 후 30~40만 명대를 유지하는 데,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2주 전부터 본격적인 대량 환자 발생 구간에 접어들었는데 그 구간이 사실 이번 주 지나면서 끝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8명으로 인원에 대한 방역 완화했어요. 사실 그 자체보다는 방역 완화가 상대적으로 오미크론 유행이 별거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것 같아서 유행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애초 우리가 오미크론 유행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거의 서너 배 이상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생각보다 더 오래갈 수도 있겠고 길어지면 4월 초 중순까지도 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 정부는 치명률이 낮아서 방역을 완화하고 일상회복으로 가려는 거 같거든요.
▶“저도 그렇게 느껴지는데 그게 준비해야 될 거에 대한 대비가 안 됐고, 또 일상 회복이라는 의미에서의 방역 완화 했을 때 여러 가지 문제를 너무 저평가하거나 아니면 치명률이 낮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한 게 아닌가라고 싶어요. 그 단적인 예가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되기 이전 김부겸 총리는 한 3만 명 정도의 환자 발생 예상하고 10만 명 이상 환자가 발생한다는 건 비관적인 생각이라고 했어요. 그게 김부겸 총리가 스스로 생각했다기보다 총리와 중수본에서 유행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그런 정도의 유행이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예상한 것 같고 또 그렇게 되는 것과 관련해서 너무 낙관적인 정책 자문이 이루어진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 정부가 너무 나이브(순수)하게 접근한 건가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왜냐하면 항바이러스제 같은 것들을 구매해서 비축하는 것들도 전체 양이나 도입 시기를 보면 유행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규모의 구매를 결정했거든요. 만약 이런 식의 유행이 될 거로 생각했다면 훨씬 많은 양을 계약하고 더 빨리 들여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걸 보면 전체적인 예상이니까 유행 전체에 대한 예상이 지금의 한 3분의 1 내지 4분의 1 수준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고 상당수의 전문가는 그것보다 훨씬 큰 유행이 생길 수가 있고, 방역 완화하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의 환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끊임없이 지적했거든요. 그런 지적들이나 조언들이 안 먹혀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 왜 안 먹혀 들었을까요?
▶“일단 우리나라의 높은 백신 접종률과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에 너무 낙관적인 기대를 한 게 첫 번째인 것 같고요. 두 번째는 경제 부처의 방역 완화에 대한 목소리 또 그쪽 계열의 여러 가지 강력한 민원 이런 것들이 계속해서 방역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는 대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 방역 당국이나 전문가 얘기는 이번 주가 정점일 것으로 예상했어요. 하지만 BA2(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정점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은데.
▶“BA2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요. BA2도 계속 증가하다 보니까 BA2의 분율이 높아질수록 실제 전파의 범위나 전파력 자체가 더 높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 전파의 양적 증가가 예상되거든요.”

“4월 첫 주나 둘째 주 돼야 감소하는 경향 보일 수도”

- 다른 나라를 보면 인구 20%가 감염되고 자연감소되었어요. 우리나라도 22일 전체 인구 중 20%가 감염되었죠. 그럼 자연감소로 갈까요?
▶“천만이 넘었기 때문에 20%에 다가간 게 아니냐고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오미크론에 의한 감염이 천만을 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오미크론 유행 이전에 한 200만 명 정도가 감염됐었고 그건 델타까지의 감염자들이거든요. 오미크론은 지금 한 800만 좀 넘어가는 시점이고 이 정도 상황이면 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후면 1천만 명 넘겠죠. 그런데 인구의 20%라는 건 실제로 PCR과 같은 방법으로 확진된 사람들의 20%라는 거고 실제로 적게는 30~40% 많게는 50% 정도의 인구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 이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염됐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의 전파가 저절로 차단이 되는 효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그때 대량 환자 발생이 감소한다고 추정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3월 중하순쯤부터는 절정 구간을 지나서 환자가 감소할 거라고 예측을 했는데, 지금 지나가는 양상을 보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한 번에 방역 완화가 더 겹치고 또 BA2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그 예상과는 다르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야지 전파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거고 그 시기가 4월 첫째 주나 둘째 주가 돼야 감소하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건 실시간으로 판단이 어렵고 결국은 전체적인 유행 기간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인지하게 될 것 같아요.”

- 코로나 확진되면 항체가 생겨서 같은 변이는 또 안 걸리는 거로 알거든요. 그런데 최근 오미크론 걸린 사람이 재감염되었다는 소리도 있는데 어떤가요?
▶“독일에서 BA1와 BA2를 번갈아 감염된 사례들이 보고됐던 걸로 기억하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오미크론 유행 기간 중에 두 차례 감염된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재감염률이라고 할 만큼 수학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정도의 빈도는 아니고 드물게 재감염 사례가 보이는 정도의 상황인 것 같아요.”

- 감염되면 항체가 생기는 건 맞나요?
▶“최근 데이터를 보면 백신 접종하고 코로나19에 감염이 되면 그 당시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상당히 높게 형성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 문제는 오미크론 같은 경우 백신 접종하고 실제 감염됐던 경우에도 항체의 증가가 델타나 알파에 비해서 높지 않게 나타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미크론 감염 통해서 항체를 갖게 되지만 실제로 항체가 높게 유지되는 건 변이 바이러스나 오리지널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낮은 편이라서 그런 것들이 재감염의 위험 요인 같은 거로 작용할 수 있겠는데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

- 정부가 방역을 계속 완화하고 있잖아요. 웬만큼 걸릴 사람 걸린 후 자연 감소하길 바라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더라고요.
▶“그런 의심이 합리적일 정도로 지금 기존의 방역 체계하고는 사뭇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다 감염되고 자연 면역얻기를 원하는가 할 정도로 기존과 다른 방역 완화 정책 계속 내고 있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희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너무 간과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권 교체기 방역에 대한 우려 크다”

-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할까요?
▶“그런데 그게 또 어려운 게 너무 유행이 커졌기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정도의 거리두기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다시 거리두기하는 것도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고, 진짜 확진자를 줄이기 위한 거리두기를 한다면 거의 락다운 수준을 해야 되는데 그건 정권 말기에 그런 결정을 하기는 쉽지가 않고, 새로운 정부에서도 거리두기를 과거처럼 강력하게 하겠다는 의사가 없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거리 두기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요”

- 정권 교체기라서 현 정부나 차기 정부 모두 방역 어떻게 할지 애매한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사실 대선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가 걱정했던 게 결국 정권 교체기에 유행이 피크를 이루게 될 텐데 이때 레임덕 때문에 방역에 참여하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의료기관의 대응 역량이 떨어지는 문제 또 새로운 정권이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지 못해서 유행 조절이 안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다 했죠.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될지 참 궁금해요.”

- 인수위가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며 새정부는 과학적 방역 하겠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표현이 나중에 발목 잡을 수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사실은 신종 감염병과 관련해서 초기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죠. 어느 정도 신종 감염병의 역학적인 특성이나 임상적 특성을 안다고 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예방법이나 치료법에 한계가 있고 이렇게 대량 환자가 발생하면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방역에 성공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과학적 방역만 선택해서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적으로 얘기하는 걸까요?
▶“기존의 정권과 차별화를 강조하고 싶어서 표현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근거 없는 방역 방법이라 이런 것들은 의미 없냐면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통상적으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여러 가지 방법이나 지침들이 이런 신종 감염병에서 증명되지 않았라도, 일반적인 근거에 준해서 여러 가지 노력이 통합돼야지만 성공적인 방역이 된다고 보거든요.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이건 근거가 없고 저건 있고, 이런 식으로 따져서는 아무것도 쓸 게 별로 없어요. 그리고 방역은 어떤 한 가지 방법 또는 몇 가지의 방법으로 이런 방역이 구축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사용 가능한 모든 방법 통해서 구현했을 때의 효과를 낸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정치 방역이라고 몰아세우기가 현장 상황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여권이 주도를 했기 때문에 여권 중심인 정부가 결정을 할 때 야당 유리하게 결정을 하지는 않았겠죠. 그렇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정치 방역이라고 한마디로 자르기엔 지난 2년 동안의 노력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급 감염병 해제 반대”

- 그럼 교수님은 지난 2년의 K-방역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사실 K-방역은 형체가 없다고 봐요. 그냥 우리가 유행 초기에 3T(검사·추적·치료)전략이라는 걸 통해서 최대한 큰 유행을 억제하고 또 효과적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일정 시간 동안 멈춰왔다는 게 그 내용인데, 사실 그건 우리만의 특별한 방법을 쓴 게 아니고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 그나마 효과를 냈던 것들인 거잖아요. 그래서 K-방역을 브랜드 또는 프로토콜처럼 적용하기에는 자랑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봐요.”

- 정부는 코로나19를 최고 단계인 1급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같은데.
▶“일단 법정 감염병의 급수를 조정하는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고 여러 가지 준비가 많이 필요해요. 1급 감염병을 2급이나 4급으로 변경했을 때는 모든 지침을 다 바꿔야 되고 그 지침이 변경되는 것과 관련돼서 의료계 현장의 준비나 대응이 또 다 바뀌어야 되거든요. 이런 것들이 사전에 미리 논의가 되고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현장에서 역학조사도 다 제대로 되지도 않았는데 왜 1급이냐’나 ‘격리도 제대로 안 됐는데 왜 1급이냐’ 이런 식으로 현장의 어려움이나 한계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바꾸는 걸 반대하고요. 또 이게 4급 감염병으로 갑자기 바꾸게 되면 결국 정부는 손을 떼는 상황이 생겨요. 4급 감염병이 되면 법정 감염병 신고를 작성해서 보고를 받는 상황도 아니고 병상 배정이나 이런 것 관련돼서도 정부가 역할할 의무가 없고 격리도 강제할 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은 그냥 정부는 싹 빠져나가고 민간 의료기관만 엄청나게 어려운 싸움을 해야 되는 상황이 생길 수가 있어서 충분한 검토나 준비 없이 등급을 변경하는 거에 저는 반대입니다.”

-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어차피 걸릴 거 빨리 걸리고 지나가는 게 낫지 않냐는 주장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나한테 왔다가 지나갈지 아니면 나하고 같이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확률이 낮지만, 굉장히 심하게 오미크론 감염을 경험하는 분들이 있고 그런 과정에서 상당히 중증의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경험하는 분들도 있어요. 요새 보면 오미크론 감염된 후에 롱 코비드 신드롬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가볍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세요?
▶“전체적인 확진자는 줄더라도 이때가 위중증 환자가 제일 많이 누적될 때고 사망자도 많이 나올 때라서 의료기관은 4월에 제일 힘들 것 같고요. 4월 지나면서 점점 안정적인 기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최근에 영국 같은 데 보면 다시 감염자가 증가하는 양상 보이죠. 끝까지 조심하지 않으면 또 중간에 또다시 유행이 커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조심 하면서 우리가 방역 완화나 아니면 대응 기조를 변화해 가야 될 것 같아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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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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