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 단체의 시위 방식을 두고 연일 비판글을 올리며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이 대표가 연일 장애인 혐오 차별 발언을 퍼붓고 있다”면서 28일 출근길 시위를 예고했다. 이날 시위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동참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3호선 경복궁역에서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시작해 4호선 혜화역으로 오전 9시까지 이동한다. 이에 따라 3호선과 4호선에서 열차 지연이 예상된다.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전장연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21년간 장애인 이동권이 예산 책임 없이 방치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시민 볼모로” 연일 SNS에 비판글
이 대표는 27일 밤 SNS에 전장연 출근길 시위 소식을 공유하면서 “결국 한다고 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재차 비판 의견을 냈다.
그는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 못건드리고 3호선, 4호선 위주로 지속해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하루에 14만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켜서 엑스(X)자 노선인 3, 4호선 상하행선을 모두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며 “최근 유가도 많이 올라서 통근 거리가 멀어도 자차를 포기해야 하고 멀어서 지하철 외에는 방법이 없는 분들이 많은데 월요일 아침에 ‘버스타고 가면 된다’라고 일갈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장애인 단체 간 대립은 지난 24일 전장연이 한 달만에 잠정 중단했던 시위를 재개하면서부터다.
이 대표는 그동안 SNS에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후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지속적으로 시위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 “지속적으로 서울 시민들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는다면 제가 현장으로 가겠다”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 93.0%” “서울시민을 볼모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등의 글을 잇달아 게시해 왔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이 대표가 SNS에 올린 비판글은 9개나 된다.
국힘 김예지 “李, 오해와 혐오 조장”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단체 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갈등은 정치권이 이용할 소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업”이라며 “사회를 개선하려는 목소리가 정치권의 외면으로 시민과 시민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라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차기 여당 대표의 공감능력 제로의 독선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향해 “섣부른 판단과 언어 사용을 통해 오해와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성숙한 반응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전장연 시위에 참여할 예정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