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철시위 9번 때린 이준석에… 곳곳서 터진 ‘한숨’ [여의도 고구말]

장애인 전철시위 9번 때린 이준석에… 곳곳서 터진 ‘한숨’ [여의도 고구말]

시위 9번 때린 이준석 “서울시민 아침 볼모로 잡는 부조리”
민주당·정의당 “인성 교육 받아라”, “혐오 정치인” 맹공
김예지, 이준석 대신 무릎 사과… “죄송하다”

기사승인 2022-03-29 06:00:18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퇴근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놓고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해당 시위를 9차례에 걸쳐 비판하자 정치권에서는 ‘혐오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전장연 시위 9번 때린 이준석 “수백만 서울시민 볼모로 잡는 부조리”

이 대표는 최근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로 규정하며 비난하고 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며 24차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벌여왔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장연이라는 단체는 최대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것이 용납되면 사회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 가장 큰 공포와 불편을 야기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 25일부터 페이스북에 게재한 전장연 시위 관련 게시물은 10개에 달한다. 경찰력을 동원한 강경 대응까지 거론한 바 있다.

민주당·정의당 “인성 교육 받아라”, “혐오 정치인” 맹비난

정치권에서는 차기 정부 출범 뒤 사회적 의제 조율에 나서야 할 정당 대표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혐오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이 대표를 향해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더니, 아무리 나이가 젊으면 뭐하냐.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라며 “인성교육부터 먼저 받으시길 강력히 권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서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을 포함한 보편적 권리 확대를 위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야와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매우 당연한 책무다.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에서 호소하는지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인과 싸울 시간에 불평등과 싸우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양이원영 의원 역시 “약자들이 어디에 하소연하겠냐. 이 대표의 혐오와 갈라치기 정치를 거부한다”고 적었다.

정의당은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 당위성을 강조하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여영국 대표는 “이 대표 자신은 여성 혐오자도 장애인 혐오자도 아니라며 강변하지만 실상은 약자에 대한 혐오를 동원해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혐오 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공개 사과도 촉구했다. 그는 “이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 혐오와 막말을 쏟아내고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힘써 왔다며 전장연과의 간담회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59초 쇼츠 영상을 자랑하는 모습이 낯 뜨겁다”며 “장애인들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억지 부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제 예비 집권 여당이 책임 있게 대화에 나설 때”라고 일침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지, 이준석 대신 무릎 사과… “죄송하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오전 8시 장애인단체 시위현장을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의식한 듯 “정치인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무릎을 꿇었다. 이어 “각자의 입장을 조정·조율하기 보다 잘못된 표현을 통해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정말 죄송하다. 사과를 하러 왔다”고 고개 숙였다.

김 의원은 “장애인 인수위원장도 아니고 당대표도 아니다. 하지만 대신해서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우리의 입장을 서로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조율하는 노력을 통해 말로만 국민의 힘이 아니라 여러분의 힘이 되고자 한다”며 “당사자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인수위에 잘 전달하겠다. 장애인 권리예산이 100%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무릎을 꿇은 채 지하철 이용객들을 향해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시민분들께 죄송하다. 출근길 불편함, 상상만 해도 짜증 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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