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올해 초부터 대출문턱을 적극적으로 낮추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해 개인신용대출 등 지난해 줄였던 한도를 다시 복구하거나 금리까지 내리면서 적극적인 금융소비자 모집에 나선 것. 다만 주택담보대출 부문은 금리가 꾸준히 올라가면서 아직까지 높은 문턱이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위원회는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가 대표적인 방안으로 꼽혔지만 이 같은 제한을 해제하기 시작한 것.
먼저 신한은행은 30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현행 최대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신용대출 한도 역시 연 소득 내에서 2억원 까지로 원상 복구했다.
우리은행은 4월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상품 종류에 따라 8000만∼3억원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또한 대표 신용대출 상품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한도도 최대 1억원에서 2배인 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농협은행도 우리은행도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강화되기 이전 수준인 최대 2억5000만원으로 복구시킨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이미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의 한도 대부분을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돌려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하나원큐신용대출’의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높였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한도거래방식 신용대출(전문직)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 1억원 등으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3월 이사철을 맞아 실수요자들을 위한 전세자금대출의 문턱도 낮아졌다. 가장 먼저 우리은행이 지난 21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이 25일부터, 국민은행은 30일부터 전세대출 한도 및 우대금리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다음 달부터 우대 금리를 복원해 전세자금 대출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만큼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주담대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아닌 ‘규제’가 적용되다 보니 은행이 자체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30일 기준 우리은행 ‘우리아파트론’ 고정형(혼합형)의 금리는 연 4.10∼6.01%로 전일대비(연 3.99∼5.90%) 0.11%p 상승하면서 6%대 금리를 넘어섰다. 하나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4.64~5.94%로 집계됐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각각 4.0~5.5%, 4.32~5.15%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국고채 금리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찍으면서 대출금리에 연동되는 은행채 금리도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3.031%,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747%로 장을 마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주담대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며 주담대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라 주담대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며 “기존대출 자산의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