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자폐지만 괜찮아…그 뒤에 '특별한' 가족이 있으니까 ②자폐성 장애학생은 일반학교에 가면 안되나요? ③치료비만 매달 수백만원…자폐 아동 지원 태부족 |
4월2일은 세계 자폐인의 날이다.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는 자폐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심을 높이기 위한 날이지만 여전히 많은 자폐 아동 가족들은 무관심과 차별, 경제적 문제, 부족한 정부 지원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달에 수백만원…개인이 각종 재활치료 비용 부담
치료와 돌봄 명목으로 매월 드는 수백만원의 비용은 발달장애 가족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소득 수준에 따라 월 14~22만원의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를 차등 지원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택도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병원 치료는 물론이고 재활 서비스 기관을 여러 군데 다니는 경우가 많다.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만큼 어린시절부터 사설 기관을 찾아 언어, 청능, 미술치료 등 다양한 재활치료를 받다보니 수업료 부담이 크다. 최근 발달장애 가족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 따르면 아이를 케어하는데 매월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최대 1000만원까지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자녀를 둔 '도훈아, 학교가자!' 저자 김윤정씨는 "맞벌이 부부로 한 사람의 급여가 온전히 한 아이 치료비, 돌봄 비용으로 쓰인다"며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친인척 등 주변 도움으로 일을 할 수 있어 형편이 낫지만, 보통 장애자녀가 있으면 부모 중 하나는 자녀에게 올인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한 부모 가정이라면 어려움은 더욱 크다.
실제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에서는 지적장애를 가진 7세 자녀를 질식시켜 살해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날 경기 시흥에서도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자녀를 사망케한 50대 여성이 경찰에 잡혔다. 두 여성 모두 홀로 아이를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정책 '구멍'…특수교육 인력 부족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장애아 가족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중증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는 연 840시간(월평균 1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신체활동과 이동보조, 학교 활동 등을 돕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만6세 이상부터 이용할 있는데다,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수교육 인력 부족과 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의 '2021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학교 교사 1명이 담당한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3명이다. 일반 학교 특수학급의 경우 교사 1명이 학생 4명을 담당한다. 더구나 학생들의 장애 유형이나 학년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씨는 "특수교육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특수교사 1명이 각각 다른 장애 유형을 갖은 아이들을 상대로 개별화 교육을 하겠다고 모아둔 것"이라며 "과연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장애 유형마다 특화된 교사가 있거나 (아이의 성향이나 치료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치료사 선생님과 교사가 협업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진학한 장애아동 중 일부는 방과후 돌봄교실에 참여하길 원하지만 학교 측에서 관리상의 부담, 교사의 특수교육 인식 부족 등을 이유로 꺼리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폐성 발달장애아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무엇보다 자폐 아동 가정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편견과 차별, 따가운 시선이다.
자폐성 발달장애 2급이지만 취업, 운전 등 일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자폐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20대 청년 유진호의 어머니는 "아이가 어릴 때보다 정부 지원이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다"며 "이런 정부의 지원도 좋지만 사회 전반에서 자폐에 대한 이해와 인식도 서서히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가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일반 학교 통합교육을 선택한 김씨는 "(어린이집·유치원·초등 4학년까지) 다행히 '얘는 무조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교사가 없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비장애 친구들과) 교실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며 "장애 아이가 다른 집단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같은 집단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 융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