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희 “‘신사와 아가씨’, 운을 다 쓴 기분이었죠” [쿠키인터뷰]

이세희 “‘신사와 아가씨’, 운을 다 쓴 기분이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4-01 07:00:06
배우 이세희.   사진=임형택 기자

그는 인터뷰 내내 들떠 보였다. 깔깔 웃다가도 이내 뭉클해했다. 때때로 박단단과 마주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를 연기한 배우 이세희는 솔직했고, 그래서 더 눈길이 갔다. 박단단은 잘 보내줬냐는 기자 질문에 이세희는 씩씩하게 답했다. “그럼요! 단단이는 회장님과 잘 살 거예요. 그러니까 이젠 이세희만 잘 살면 돼요!”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찬 이세희를 30일 서울 자양동 가족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이세희는 500대 1을 뚫고 KBS2 ‘신사와 아가씨’ 주인공 박단단으로 발탁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신사와 아가씨’는 1회 22.7%로 출발해 최고 시청률 38.2%까지 오르는 등 방영 기간 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첫 주연작이 성공한 만큼 이세희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품에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을 잇던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에 마지막까지 잘 해낼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끝났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아쉬움이 정말 커요. 선배님들부터 제작진까지 모든 분들이 저를 잘 챙겨주셨거든요. 초반에는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 하지만 선배님들이 잘했다고 해주시는 말에 힘을 얻곤 했어요. 촬영장에 계신 스태프분들 모두 저를 배려해주셨죠. 덕분에 확신을 갖고 작품에 임했어요. 감정을 나누는 연기를 배웠던 현장이었어요.”

배우 이세희.   사진=임형택 기자

‘신사와 아가씨’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세희는 “저도 이제 식당에 가면 반찬 서비스를 받게 됐다”며 “마스크를 썼는데도 신기하게 절 알아보신다. 엄마가 자식 자랑을 하실 때면 뿌듯하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인간 박단단’, ‘박단단 그 자체’라는 반응은 큰 힘이 됐다. 매 회 시청률을 확인하며 꿈같다는 생각도 했단다. 박단단이 되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봤던 그에게 연출부는 박단단 배역 오디션을 제안했다. 이세희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을 반짝였다.

“첫 번째 오디션 이후에 두 번째 오디션이 잡혔는데 주인공 대본이 온 거예요.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무슨 일이지? 설마 나를? 내가 주인공이라고?’ 얼떨떨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다시 보러 갔는데 정말로 박단단 역할인 거예요. 제가 그전까지는 조연만 해봤거든요. ‘설마 날 쓰겠어?’라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다들 제가 누군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막 나갈 수 있었어요. 아쉬움 없이 오디션을 마쳤죠.”

박단단과 닮은 점을 묻자 이세희는 단번에 ‘질긴 생명력’이라고 답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비슷하단다. 밝고 활달한 성격도 박단단과 맞닿아보였다. 특유의 붙임성으로 극을 함께한 배우들과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김영옥, 차화연, 이종원, 이일화, 오현경 등 선배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로맨스 상대역이던 지현우는 이세희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과거 무명 시절 드라마 주연으로 발탁됐던 박하나는 생생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세희는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배우 이세희.   사진=임형택 기자

“배우들끼리 서로 집 주소를 다 알 정도로 화기애애했어요. 고구마나 피클 같은 것들을 함께 나누곤 했죠. 오현경 선배님은 ‘좋은 걸 먹어야 힘이 난다’면서 비싼 소고기도 보내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박)하나 언니는 카메라 워킹이나 어떤 각도가 잘 나오는지를 알려줬어요. 언니도 저와 같은 경험이 있잖아요. 당시에 이런 것들이 아쉬웠다면서 ‘세희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친언니처럼 챙겨주셔서 감동이었어요. 작품이 막바지로 갈수록 우는 장면이 많아서 힘들기도 했는데, 함께해주신 선배들 덕에 잘 해낼 수 있었어요. ‘신사와 아가씨’로 좋은 인연들을 얻은 게 가장 기뻐요.”

‘신사와 아가씨’를 마친 뒤, 이세희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봤다. 소심했던 어린 학생은 치위생사 길을 걷다 뒤늦게 연기라는 꿈을 찾았다. 고민도 많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컸다. 여러 배역을 거치며 그는 꾸준히 성취감을 느껴왔다. “웹 드라마만 할 땐 TV에 제가 나오길 바랐어요. 이후엔 이름 있는 역할을 원했죠. 눈에 더 들어오는 인물을 맡고 싶다는 꿈을 꿀 때쯤 ‘신사와 아가씨’를 만났어요.” 그는 계단식으로 성장하며 배우 생활에 더욱더 큰 애착이 생겼다. 새 출발을 앞둔 이세희는 설렘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는 신호등이 초록색으로만 바뀌어도 만족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제게 ‘신사와 아가씨’가 찾아왔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하하. ‘신사와 아가씨’는 너무나도 큰 전환점이에요. 운을 다 써버린 기분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제부터는 제가 실력으로 가꿔나가면 되니까요. 앞으론 박단단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저는 모든 상황에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는 연기가 정말 좋아요. 연기로 더 바빠지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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