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선 대표 임명에 ‘대우조선해양 알박기’ 논란…감춰진 맥락은?

박두선 대표 임명에 ‘대우조선해양 알박기’ 논란…감춰진 맥락은?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 문 대통령 동생과 대학 동기
인수위 ‘알박기 인사’ 지적에 靑·업계 “말도 안된다” 반박

기사승인 2022-04-01 20:35:00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약 2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대표로 임명된 박두선  조선소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갈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정상적인 일정 진행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논란은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전 이사의 후임을 선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시작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제2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박두선 전 조선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했다. 2015년 상무 자리에 올랐으며 2018년 전무, 이듬해 부사장을 거친 뒤 올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조선업계 현장에서 약 36년간 근무한 ‘현장통’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인수위 ‘알박기 인사’ 지적 vs 문 정부 “관여한 바 없어…몰상식 한 생각” 반박

하지만 윤석열 인수위에서 박 대표의 선임이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고 문제삼았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감사원 조사를 요청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수위는 KDB산업은행이 4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관리하고 있는 대우조선은 사실상 공기업이라는 관점이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대표를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사장으로 선출한 건 ‘직권 남용’이라는 것.

이에 대해 문 정부는 정면으로 반박하며 윤석열 인수위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 수석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 인사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인수위는 마치 관여한 것처럼 전제하고 의심하고 그것을 몰염치라는 극단적인 언어를 써서 사실 모욕적인 브리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박기 인사, 비상식, 몰염치라고 했는데 어떤 의심을 갖고 이렇게 규정할 수 있느냐”며 “거꾸로 인수위는 민간 기업에까지 청와대나 정부의 인사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   KDB산업은행 제공

갈등 격화 속 대우조선·산업은행 난감…윤 인수위의 ‘포석’?

이처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박두선 대표의 행보도 제동이 걸렸다. 박 대표는 1일 참석 예정이던 ‘제3차 조선해양산업 CEO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해당 포럼은 조선해양산업 CEO 포럼은 조선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와 해운 관계사 대표, 조선산업 유관 기관장 등이 참석해 조선·해양 산업의 주요 현안과 향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박 대표이사도 기조 토론자로 참석해 조선산업의 인력 수급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노조측은 ‘적절한 인사’라고 맞서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노조는 사장 인선과 관련해 조선산업 경험이 많고 현장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고, 박 사장이 지회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대우조선해양 알박기 논란이 ‘산업은행’을 조준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산업은행 회장으로 있는 이동걸 회장이 대표적인 친문인사에다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건을 두고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

윤 당선인은 금융 공약 중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산은은 노조 뿐 아니라 이동걸 회장까지 나서 산은의 부산행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이동걸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며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금융당국 및 공기업 중 윤 인수위와 가장 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윤 인수위의 주요 공약이 산업은행과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이동걸 회장의 임기가 꽤나 남은 만큼 기강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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