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1일 퇴임한 뒤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목됐다. 아무리 빨라도 이 후보가 총재가 되기까지 약 20일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1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는 초유의 ‘총재 공석’으로 진행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한국은행은 이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본회의에서 의장인 총재가 공석일 경우 주상영 금통위원이 대신 회의를 주재한다고 4일 밝혔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금통위 의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금통위가 미리 정한 위원이 의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금통위는 주상영 금통위원을 이달 1일부터 9월30일까지 6개월 동안 의장 직무대행 위원으로 결정했다.
지난달 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퇴임이 예정된 상황 속 청와대는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IMF 국장을 지목했다. 하지만 지목된 시기 자체가 지난달 23일이다 보니 오는 4월 예정된 금통위 주재가 사실상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같은 관측은 현실이 됐다. 한국은행 총재 임명 과정에 드는 시간을 계산하면 사실상 금통위 전 총재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 이주열 전 총재가 2014년 임명될 당시 인사청문회까지 16일, 2018년 연임 당시에는 19일이 소요됐다.
현재 이 후보자는 한국은행과 총재 청문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보고서 채택, 대통령 임명까지 열흘 안에 끝내야 하지만, 관련 절차가 통상 2~3주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게 되는 셈이다.
결국 시간이란 현실적인 문제로 이번 금통위는 주상영 금통위원이 회의를 주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은은 총재가 없어도 금통위 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주열 전 총재도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 기관이기 때문에 총재 공백으로 인한 통화정책 실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선 주 위원의 성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주열 전 총재는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받았던 반면 이창용 후보자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 위원도 ‘비둘기파’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신규 금통위원이 합류한 당시 JP모간은 발간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조윤제·고승범·임지원 위원을 ‘매파’, 서영경·주상영 위원을 ‘비둘기’로 분류했다. 이후에도 주 위원은 금통위에서 진행된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결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동결을 주장하며 회의록 내 ‘소수의견’으로 이름을 남겼다.
따라서 이번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지속된 인플레이션,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도 이번 금통위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미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의 종료 예고를 보면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