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고 80%는 이·착륙 과정서 발생”
국내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잦다. 사고원인은 대부분이 ‘조종과실’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헬기 사고(준사고) 건수는 27건이며 이중 ‘조종과실’이 13건이다. ‘기상문제’는 3건, ‘부품(기체)결함’은 2건이다. 경위를 보면 이번 사고와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헬기가 이·착륙 도중 변을 당했다는 점이다. 2019년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응급환자를 수송하던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도 이·착륙장에서 이륙하다가 추락했다.
제주 해경 헬기도 8일 오전 0시 53분께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3012함에 김해공항에서 탑승한 구조대원 6명을 내려준 뒤 복귀하려고 오전 1시 32분께 이함 하려다가 30∼40초 만에 추락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항공사고를 ‘승무원이나 승객이 항공기에 탑승한 후부터 내릴 때까지 항공기 운항 중에 일어난 인명 사망, 부상, 항공기 손상 등 항공기와 관련된 모든 사고’라고 정의한다. 사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항공기 운항 안전에 큰 위협이 됐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사건은 ‘준사고’라고 한다.
제주 해경 헬기사고는 ‘항공사고’다. 한국항공진흥협회에 따르면 이런 ‘항공사고’ 80%는 착륙과 이륙 직전, 직후 혹은 도중 일어난다. 1950년부터 2006년 사이 발생한 항공사고 1834건은 조종사 과실(53%)과 기계결함(21%)에 의해 일어난 걸로 조사됐다. 미국 항공사 ‘보잉’ 통계에 의하면 항공사고는 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 동안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 시점을 ‘Critical 11(마(魔)의 11분)’이라고 한다. ‘조종사 과실’로는 기장과 부기장의 권위주의적 관계로 인한 대처 미흡이 꼽힌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이는 전체 사고 25%를 차지한다.
사고원인에 촉각
한국항공진흥협회는 항공사고 원인을 크게 10가지(조종사 과실·악천후·엔진결함·정비과실·비행기 계기오류·아이싱(기체표면에 얼음이 끼는 현상)·항공관제탑 항공기 유도실수·화물비행기과적·기체구조결함 혹은 결함 장비·연료탱크 폭발)로 구분한다.
사고원인은 현재 알 수 없다. 해경에 따르면 헬기 추락 당시 기상은 양호했던 걸로 전해진다. 해경은 또 기장과 부기장이 비행 경력이 출중한 베테랑인 점에 미루어 조종 미숙은 사고 원인에서 배제하고 있다. 구조용 헬기고 당시 기체에서 연기가 나왔다는 보고가 없기 때문에 ‘과적’이나 ‘연료탱크’ 문제도 아닌 걸로 보인다. 사고 기종은 또 지난달 12일 정기 정비를 받았고 규정에 따라 비행 전 점검을 받은 걸로도 알려졌다. 기체결함이 현재로선 유일한 가능성이다. 사고 기종에서 지난해에만 결함이 14건, 올해엔 1건이 발견됐다.
국내에선 항공사고가 발생하면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가 사고조사와 원인규명을 책임진다. 조사위는 블랙박스가 수거 되는대로 원인 조사에 착수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