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15층 아파트가 반지하가 될 예정이에요. 햇볕도 안들고 바람도 제대로 안통하는 아파트에서 살라고 하면 누가 가만히 앉아있겠습니까”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서 일조권 분쟁이 발생했다. 15층 높이의 데시앙루브 주상복합 아파트 옆에 17층 규모의 빌딩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신축건물로 인해 전면이 가려져 일조권과 조망권 모두 침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구역이 상업구역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상업구역에 위치한 주상복합은 일조권 등의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관련 법규가 없어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입주자와 신축 건물주 간 상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15층 아파트가 반지하로…데시앙루브 주민들 ‘반발’
12일 기준 15층 높이의 데시앙루브 주상복합 아파트 바로 옆 부지에 신축 빌딩 공사(백암빌딩)가 한창이다. 현재 해당 건물은 철거작업을 마친 뒤 지면 공사 작업에 착수했다. 건설이 완료되면 이 건물은 약 17층 규모가 된다.
백암빌딩과 데시앙루브 사이의 간격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데시앙루브와 백암빌딩은 북쪽을 기준으로 서로 마주하고 있는데 양쪽의 간격이 2미터가 채 안되기 때문이다. 데시앙루브는 주상복합으로 1층부터 11층까지는 오피스텔 및 상가가 입주해 있고 11층부터 15층까지는 아파트 약 60세대가 위치하고 있다.
데시앙루브 아파트 입주자들은 백암빌딩으로 조망권 및 일조권을 모두 잃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데시앙루브 관리단 관계자는 “이전의 옆 건물은 4층과 6층 규모다 보니 아파트의 일조권 및 조망권에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신축 빌딩이 들어서게 된다면 북향으로 나있는 창문 전체가 가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문제를 시공사에 제기했지만 법적 기준에 맞춰 시공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사항이 없다고 말한다”며 “약 절반에 해당하는 30세대 주민들이 하루 아침에 지상 아파트 주민들이 반지하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되버리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호소했다.
공인중개사들은 백암빌딩이 완공되면 데시앙루브 아파트 입주자들의 손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빌딩이 완공되면) 최근 데시앙루브의 매매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더 문제가 되는건 맞은편 건물로 가려지게 될 경우 아파트 거래 자체가 안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상업지구 위치한 주상복합, 일조권 보장 못받아…“상호간 합의 필요”
현재 백암빌딩의 관리 책임자는 우리은행과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여기에 시공사는 태영건설이다. 우리은행은 이지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신탁제353호의 신탁업자이며 이지스자산운용은 신축빌딩을 통한 사모펀드를 운영한다.
신탁업자(우리은행)는 펀드재산의 보관·관리업무와 자산운용사(이지스자산운용)의 운용지시에 따라 자산의 취득과 처분을 이행하고 펀드수익자에게 환매대금과 이익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데시앙루브 측은 이들이 협상 과정서 제대로 된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시앙루브 관리단 관계자는 “관리단에서 나온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법정 분쟁을 통해 나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과 약 1000세대가 넘는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으면 건물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것 두 가지”라며 “입주민 전체의 동의를 받는게 사실상 매우 어려운 만큼 소송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 상업지구라는 점이다. 건축법상 일반 주거지구의 경우 건물 사이에 일정 수준의 이격거리를 두게 해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보장하도록 정해 놨지만, 상업지역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상업지구에서 발생한 일조권·조망권 분쟁은 입주민들이 승소하기 힘들 것이라 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업지역이 모든 일조권을 맞춰서 건물을 건설한다면 공급물량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법적 분쟁으로 간다면 입주민들이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조권 보장에 대해서는 보상관계는 상호가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입주민 전체의 동의를 받아와야 한다거나 법대로 진행하자고 맞서는 것은 분쟁이 격화될 뿐 아니라 감정적인 소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상호간 진실한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