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출범이 약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윤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각종 산업분야에서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억제됐던 부동산 시장의 규제 철폐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갑작스러운 규제 완화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더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소속 부동산 태스크포스(TF) 경제1분과는 담보인정비율(LTV)를 비롯해 부동산 공급·금융·세제 분야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전부터 공약으로 ▲LTV 70% 단일화 ▲생애최초 주택구매 시 LTV 80% 적용 ▲신혼부부 전용 특별대출 공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 방안 논의 등을 내세운 바 있다.
또한 인수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쳐 기존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방안들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계대출 분야의 광범위한 규제완화가 예상되는데, 지난해 10월 윤석열 당선인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전형적인 문재인표 이념형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완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들과 발언은 출범 전부터 시장에 ‘훈풍’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먼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2022년 금융감독 업무 설명회’를 열고 은행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체계 마련을 유도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 체계를 선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권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고자 금융당국 주도로 각 금융사의 대출 잔액 증가율을 주간 단위로 관리했던 것과 반대되는 방향인 셈이다.
민간시장도 이런 기류를 감지하고 적극적인 영업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간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서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총 204개 금융기관의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대출 심사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은행의 가계주택 대출 태도지수는 11로 2019년 3분기(3) 이후 2년9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수가 상승한다는 것은 대출 태도가 완화돼 은행이 대출 영업을 확대한다는 뜻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가계대출이 18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가계부채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금리를 통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규제완화를 통한 자금 공급을 노리는 현 정권의 의도와 대비되기도 한다.
현재 인수위는 규제 완화 속도조절을 예고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11일 “지나친 규제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 발 물러섰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