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움직임에 검찰 내 반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경찰 내부 반응도 엇갈린다. 일선 경찰에서는 검수완박에 찬성하는 의견이 나오지만 전문성·과도한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수다.
19일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경찰 A씨는 쿠키뉴스를 통해 “검수완박은 경찰에 강력한 권한이 생긴다는데 있어서 조직에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지금도 수사 경찰들이 인력 부족 때문에 죽어나고 있는데 모든 수사권이 경찰에 올 경우 업무 부담이 커 하위 수사경찰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도 월급쟁이 공무원인데 힘들어진다는 이런 분위기가 조금 있는 것 같다”며 “또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게 되면 모든 책임이 수사 경찰들에게 넘어온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도 수사 경찰들이 타 부서로 나가려고 하는데 (인력 부족으로) 잡혀서 못 가는 직원이 태반”이라며 “육아휴직까지 쓰면서 피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검수완박을 놓고 경찰들의 찬반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블라인드는 소속 직장의 이메일 인증을 거쳐 가입하는 익명 커뮤니티다. 회원이 게시물을 올리면 닉네임과 함께 소속 직장명이 표시된다.
익명의 경찰청 소속 누리꾼들 상당수는 검수완박에 반대 의사를 보였다. 업무 과중, 전문성 부족, 구조적 문제 등을 이유로 꼽았다. 현직 경찰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현재 검수완박을 누구보다 반대하는 건 경찰들”이라며 “이미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는 그대로이나 불필요한 절차가 너무 많아져서 업무 과중으로 수사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수사관 한 명당 사건을 50~200건씩 가지고 있으며 수사 기피도 심각해 경찰 내 수사 조직이 붕괴 직전이라고 전했다.
그는 “경찰이 수사 95%이상 하고 있는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나 단순 폭행 절도 사건만이 아닌 형법, 민법 등 각종 법률이 다 얽혀있고 무슨 죄를 적용해야 되는지 변호사마다도 의견이 갈리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범죄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채용때 형사법만 배운 채 들어왔고 이런 복잡한 전문분야의 영역은 보통 검찰에서 가져가서 전문성이 부족하다. 이해 반해 검사는 모든 분야의 법을 다 공부하는 법률전문가이기 때문에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부터가 경찰과 다르다”며 “(검사) 본인이 직접 공판에 참여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절차적 흠결이 문제되고 첨예한 대립각이 나올지 훨씬 아는 것도 많고 볼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경찰청장 이하 일선 과장급까지 임명권자가 죄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인데 어느 누가 정권 수사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조직 수뇌부 역량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경찰청 소속인 한 작성자는 “경찰 수뇌부들 검수완박 민망하지 않나”라며 “검찰은 수사검사를 대우해주지만 (경찰은) 형사 수사 파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대우해주나. 오로지 행정 경무 경비 내근파트 사람들이 쭉쭉 승진하고 사건만 터지면 형사들 갈아 넣어서 해결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소속 다른 작성자들도 “몇 년 뒤엔 경수완박(경찰 수사권 완전 박탈) 소리나올 것” “정적 수사부서는 왜 가져오냐고 난리다. 일할 것은 많아지고 사건을 쌓여가고 다들 미치려는데 수뇌부는 나몰라라 한다” 등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 의견도 있다. 이전부터 경찰이 상당수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만큼 검수완박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청 소속 한 작성자는 “검사완박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이라며 “검수완박된다고 경찰의 권력이 비대해진다?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 (검사에) 있고 검찰이 경찰을 수사할 수 있는데 권력이 이동됐다고 보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청 소속 작성자는 “영국 등 민주주의가 고도화된(일부) 선진국 검찰은 수사권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다. 검찰이 수사 안하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될 것처럼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17일 “5만3000명의 경찰직협 회원들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위해 수사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며 검수완박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경찰직협은 “대한민국 검찰이 담당한 0.6%의 수사는 그동안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았다”며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처벌하고 누구든 봐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