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애니원 ‘깜짝 재결합’ 뒷얘기 들어보니

투애니원 ‘깜짝 재결합’ 뒷얘기 들어보니

기사승인 2022-04-20 14:18:45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오른 그룹 투애니원. 88라이징 SNS 캡처.

“투애니원(2NE1)이 다시 모이게 된다면 그래도 미지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룹 투애니원을 이끌다 지금은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인 CL은 며칠 전 옛 동료에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깜짝 재결합’을 예고하는 말이었을까. CL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페스티벌)에 투애니원 멤버들과 함께 올라 히트곡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불렀다. 2015년 음악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페스티벌’(MAMA) 이후 처음 갖는 완전체 무대였다.

전 세계 K팝 팬들을 열광하게 한 재결합 공연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19일 CL 측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는 이렇다. CL은 코첼라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뒤 투애니원 멤버들에게 합동 공연을 제안했다. 마침 이들은 지난 몇 년 간 정기적으로 만나며 친목을 다져오던 터였다. 지난 2월 CL의 생일과 3월 박봄 생일에도 네 사람은 한 자리에 모였다. CL 소속사 베리체리 관계자는 “CL은 투애니원을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해 직접 멤버들과 조율해 깜짝 이벤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무대 구성뿐만 아니라 스타일링까지 감독하며 코첼라 무대에서 투애니원 전성기 모습을 그대로 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재결합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박봄 쪽 관계자는 “우리도(투애니원 멤버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몰랐다. 음반 작업을 위해 미국에 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네 멤버 모두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 관계자는 “네 사람이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함께 오른다는 사실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다.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투애니원 공연 현장. 코첼라 페스티벌 SNS 캡처

이렇게 성사된 재결합 무대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CL이 “아 유 레디 포 더 비-이-에스-티?!”(Are you ready for the BEST·잘 나갈 준비 되셨나요)라고 외치자 코첼라 밸리 일대가 들썩였다. 관객들은 함성을 내질렀고 일부는 휴대폰을 들어 올려 네 멤버를 화면에 담았다. 멤버들도 흥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을 위로 높게 올린 일명 ‘야자수 헤어스타일’로 나타난 산다라박은 힘차게 발차기를 하다가 오른쪽 신발을 공중에 날렸다. 공민지는 전성기 시절 다리 찢기를 보여줬고, CL은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박봄의 귀에 대고 기합을 넣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네 멤버들은 흥분한 관객들의 비명을 배경 삼아 숙련된 솜씨로 메인 무대를 향해 나아갔다”며 “투애니원은 한 곡을 불렀을 뿐이지만, 재결합은 이들 자신과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공연을 묘사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신문도 “K팝 세계가 열광했다”고 표현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지켜보던 팬들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 후 24시간 동안 트위터에선 ‘2NE1’ 혹은 ‘투애니원’을 언급한 글이 200만 건 넘게 쏟아졌다. 코첼라 페스티벌 측이 트위터에 올린 공연 영상은 160만 번 넘게 재생됐다.

K팝 팬들에게 투애니원은 ‘아픈 손가락’이다. 2009년 데뷔한 이들은 당당하고 강인한 여성상을 강렬한 음악에 담아내 K팝 걸그룹계 선구자로 불렸다. ‘파이어’(Fire), ‘론리’(Lonley), ‘어글리’(Ugly), ‘내가 제일 잘 나가’ 등 히트곡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박봄이 2014년 마약류 밀반입 시비에 휘말리며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별다른 음악 활동 없이 2년여를 보낸 끝에 팀은 해체됐다. 당시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가 멤버들과 사전 협의 없이 투애니원 탈퇴 소식을 언론에 전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말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공연이 투애니원 정식 재결합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CL은 공연을 마친 뒤 “너무 늦어지기 전에 내 힘으로, 우리의 힘으로 모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 투애니원을 사랑해주시고 시간을 함께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이 순간을 통해 다시금 지난날 우리를 통해 느꼈던 감정이 살아나길 바란다. 이 무대(코첼라 페스티벌) 한 시간을 다 채우는 날을 위해 계속 달리겠다”고 말했다. 산다라박도 SNS에 “미국에서 넷이 함께 했던 열흘은 정말 행복했다”며 “또 다시 함께할 날이 꼭 오길 바라면서 앞으로도 서로 응원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자”고 썼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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