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볼) 준비 된 사람, 박수 질러~!” 화면 속 남자는 이렇게 말했지만, 공연장을 채운 건 박수 소리뿐만은 아니었다. “훠오오오!” 수천 명이 내지른 함성에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다. 그룹 인피니트 멤버 김성규가 지난 22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연 솔로 공연은 관객들의 환호와 ‘떼창’으로 완성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긴 지 2년1개월 만에 마주한 풍경이었다.
24일 직접 본 김성규 콘서트는 한 마디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가수와 관객 모두 전에 없이 즐겁고 흥에 겨운 모습이었다. 정부가 지난 18일부터 공연장 내 함성·구호·합창 등 육성 응원을 허용한 덕분이다. 관객들은 2년 만에 내지르는 함성을 어색해하다가도, 공연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꺄아아아악” 우렁찬 환호는 물론이고 “멋지다” “찢었다” “내일도 (공연)하자”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성규는 이날 신보 ‘세이비어’(Savior)에 실린 신곡과 ‘60초’ ‘허쉬’(Hush) ‘너여야만 해’ 등 솔로곡으로 공연을 채웠다.
관객들의 입과 손은 쉴 줄을 몰랐다. 김성규가 물만 마셔도 환호성이 나왔다. 그가 학창 시절 좋아했던 노래라며 밴드 넬의 ‘스테이’(Stay)를 언급하자 관객들은 “불러줘”를 연호했다. 함께 공연하는 밴드 멤버를 한 명 씩 소개할 땐 “보여줘”를 외치는 목소리가 공연장을 채웠다. 밴드 기타리스트가 “어렸을 때 이 곡으로 기타를 연습했다”며 인피니트 데뷔곡 ‘다시 돌아와’를 연주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노래방이 됐다. “돌아와, 돌아와, 다시 돌아와♬” 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기타 연주에 맞춰 이 노래 후렴구를 합창했다. 김성규는 “여러분의 함성이 그리웠다”며 감격에 젖었다.
분위기는 인피니트 멤버들이 깜짝 등장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김성규 생일을 팬들이 미리 축하해주던 참이었다. 군 복무 중인 멤버 엘을 제외한 네 멤버(장동우·남우현·이성열·이성종)가 무대 위에 나타나자 공연장을 찢을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안녕하세요. 인피니트입니다” 다섯 남자의 인사에 팬들은 “안녕하세요. 인스피릿(인피니트 팬덤)입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축하만 하러 왔다”고 능청 떨던 네 멤버가 김성규와 함께 인피니트 히트곡 ‘러브레터’와 ‘맨 인 러브’를 부르자 공연장은 또 한 번 환호성으로 흔들렸다.
공연장 앞에서 관객 이모(26)씨는 “행복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3회 공연을 모두 본 ‘올콘러’다. 이씨는 “온라인 공연은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답답했는데, 이제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아티스트도 함성을 들을 수 있어서 그런지 훨씬 행복해 보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객 강모(25)씨도 “박수로만 응원해야 할 때는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젠 함성을 지를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며 웃었다. 강씨와 함께 공연장에 온 김모(28)씨는 “오랜만에 함성을 내다보니 처음엔 어색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아티스트와 함께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밴드 넬 콘서트에서도 환호와 떼창이 넘실댔다. 넬 멤버 김종완은 공연을 마친 뒤 SNS에서 “완벽에 가까운 3일을 보낸 것 같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수 속에서 전국 순회공연을 펼치던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톱10 가수들도 전날 열린 일산 공연에서 처음으로 팬들 목소리를 들었다. 정부가 함성 금지와 더불어 공연 인원에 따른 사전 승인제와 지정좌석제도 함께 해제하면서, 관객 300명 이상 대규모 공연과 스탠딩 공연도 자유롭게 열릴 수 있게 됐다. 25일부터는 공연장 안에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