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줄게 따라와” 그놈, 당신의 아이를 노린다 [놀이터통신]

“게임기 줄게 따라와” 그놈, 당신의 아이를 노린다 [놀이터통신]

온라인에 아동 유괴 시도 주의글 퍼져
매년 실종아동 2만명 안팎…예방교육 반복해야

기사승인 2022-05-02 06:10:01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승합차로 초등학생을 유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아이들 등하굣길 조심하세요”


며칠 전 엄마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아동 유괴·납치는 1990년~2000년대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차량 블랙박스 등 아이를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지천으로 깔렸으니 막연히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전달받은 학교 안내문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주변에서 낯선 이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겁을 주거나 거짓말을 해 약취·유인하고 있으니, 가정에서도 각별한 지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유인하는 수법은 다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벤트에 당첨돼 닌텐도 게임기를 선물하겠다며 검은색 승합차로 유인하거나 ‘너희 어머니가 부른다’며 해당 차량으로 학생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 맘카페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유괴·납치 시도가 실제 발생했는지 묻는 글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실제 교육기관으로부터 안내를 전달받았다는 이들은 “설마 했는데 문자를 받아보니 겁이 났다” “공지 받고 놀라고 무서웠다”는 놀람과 걱정이 뒤섞인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여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켓몬 빵’으로 학교 앞,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들을 유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됐습니다. 실제 지난달 21일 경기 수원 권선구에서는 포켓몬빵을 미끼로 초등생을 편의점 창고로 유인해 성추행한 60대 남성이 체포돼 구속된 바 있어 우려를 키웠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서대문에서는 귀가 중인 초등생에게 “같이 라면을 먹자” “음료수를 사주겠다”며 끌고 가려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2만명 안팎의 아이들이 실종됩니다. 발견율은 99%가 넘지만 안타깝게도 수년째 가정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30일 기준 840명의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중 20년 이상 장기실종된 아동은 664명(87.9%)에 달합니다. 

부모 입장에선 불안합니다. 아이의 등하굣길을 일일이 살필수도 없다 보니 혹시 아이가 위험에 노출된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가정에서 하는 흔한 안전 교육은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교육만으로 효과가 있을까요?

미국 아동 안전 전문가 케네스 우든 박사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경계감을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라고 합니다. ‘내 아이는 결코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을 거야’라고 자신했던 부모들은 우든이 데리고 온 애완견에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며 처음 본 그를 따라나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구체적 상황 가정해 행동 요령 반복 교육해야


성용은 한국범죄심리학회 부회장(극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쿠키뉴스를 통해 “가정 또는 학교의 유괴예방에 대한 교육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주요 납치사건의 대상이 아동과 젊은 여성인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들며 반복적으로 행동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동·여성·장애인 경찰지원센터와 아동권리보장원의 자료를 참고해 학부모와 아이가 꼭 알아야 할 유괴·납치 예방 및 대처법을 짚어봤습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막연히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은 받지 말라”와 같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낯선 사람은 물론 아는 사람도 선물을 주겠다면서 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하는 경우, ‘그 자리에서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거절하고 절대 따라가선 안 된다’고 교육해야 합니다.

단톡방에 공유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안내문. 사진=임지혜 기자

차에 탄 사람이 부모님과 아는 사람이라며 같이 차를 타고 가자고 하는 경우에는 차에서 충분히 떨어지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차 안에서 아이를 차쪽으로 잡아당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거나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을 도와달라며 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하는 경우, ‘다른 어른에게 물어 보세요’라고 말하고 절대 따라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낯선 사람이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경우에는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근처에 사람들이 없다면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뛰어나서 큰소리로 도와달라고 외치도록 가르쳐 주세요. 

누군가 아이의 이름과 사는 곳,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절대 알려주지 않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아이의 가방, 옷 등 눈에 띄는 곳에 아이의 신상정보를 적지 말고 바깥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옷 안쪽이나 신발 밑창 등에 적어두는게 좋습니다. 

또한 아이의 일과와 친한 친구들을 파악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종 아동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아이들의 사진인 만큼 정기적으로 자녀 사진을 찍어 보관해 주세요. 아이의 지문 등 사전정보를 경찰시스템에 미리 등록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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