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일상화하면서 부모가 자녀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게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아동의 사생활을 부모가 공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의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것은 아동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SNS에 자녀의 일상을 올리는 부모를 ‘셰어런츠’, 이런 행위를 ‘셰어런팅’이라고 부르는 용어도 있다. 공유를 뜻하는 셰어(share)에 부모와 양육을 더한 합성어다.
이런 셰어런츠에 대한 문제는 계속 지적돼 왔다. 아이의 개인정보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데다 아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일 한 배우가 자신의 SNS에 아들의 알몸 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부산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여러 사진 중 숙소 베란다에서 알몸으로 서 있는 아들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문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사진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게 좋을 듯” “아이가 25살이 되면 엄마에게 왜 벌거벗은 사진을 올렸는지 물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자녀의 안전을 위해 알몸 사진은 올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육아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달고 게재된 사진은 4000만여장에 달한다.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얼굴은 물론 어린이집명이 보이는 가방을 메고 있는 사진, 학교명이 적힌 게시물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귀엽다는 이유로 옷을 갖춰 입히지 않고 신생아나 유아를 찍은 사진도 많다. #배변훈련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11만개의 사진이 쏟아진다. 사진 속 배변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그대로 얼굴이 공개돼 있다.
한 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회수가 어렵다. 어린 시절이라도 개인의 사적인 사진이 온라인상으로 유포될 경우 시간이 흘러 성장한 아이들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사생활 보호법이 엄격한 프랑스에서는 부모라도 아이의 사진을 함부로 SNS에 공유해 사생활을 공개하면 징역 1년형 또는 4만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한다.
생후 19개월 된 아이를 둔 주부 이지연씨(33·가명)는 매일같이 올리던 SNS를 최근 공개 계정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씨는 “친구만 보이는 계정이라고 옷을 입지 않은 딸 사진을 올리거나 아들 중요 부위가 다 보이게 사진을 찍는 지인들이 있다”며 “가끔 왜 저러나 싶을 때가 있다. 아는 엄마들끼리도 (그런 사진은) 보기 싫은데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걸 보고 싶어할까”라고 했다.
그는 “아이 사진을 마음대로 퍼가서 인스타계정 만들어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엄마인 척 영업하는데 쓰는 사람들이 있어 비공개로 바꾸었다”며 “특히 인스타에 부모가 올린 내용으로 유괴하면 100% 걸려든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친구만 볼 수 있는 계정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김정윤(38)씨는 “애초에 아이의 알몸 사진이나 개인정보 등을 왜 게시물로 올리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SNS는 물론 카카오톡 프로필 조차 이름, 사진 등 아이와 관련된 정보는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 영국 금융사 바클레이즈는 2030년 젊은이에게 일어날 신분 도용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에 의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아이들의 사진을 수집해 범죄 대상으로 삼은 인터넷 카페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비영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SNS에 아동의 신체가 드러난 사진을 올리는 경우 성범죄에 사용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가 SNS에 자녀의 사생활을 게재하는 것은 아동의 자기 결정권과 초상권 등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지난 2월 9일부터 16일까지 만 0~11 세 자녀를 둔 부모 중 최근 3개월 이내 SNS에 콘텐츠를 올린 1000명을 대상한 ‘부모의 SNS 이용 시 자녀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인식 및 경험’ 조사에 따르면 86.1%의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자녀에게 이해를 구하고 글을 게재했다는 응답자는 44.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자녀의 사진과 영상을 SNS 올린다는 응답자 중 35.8%가 전체 공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