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 영역의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해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및 당헌·당규를 개정할 것을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에게 권고했다.
12일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비례대표 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의무화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또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 공천 시 할당제를 적용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정당이 선거를 통해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각 정당 대표에게는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그 이행방안 등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도록 했다.
이어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현황을 파악해 관련 통계를 구축·공개하고, 당직자·당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의회에 관한 내용을 교육할 것과 여성 정치인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평등의 핵심은 국가의 주요 정책과 제도에 관한 입법 활동을 하는 의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19%로, 국제의회연맹 기준 세계 190개국 중 121위이자 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 25.6%(2021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의석에 한해 여성을 50% 이상 추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는 ‘30%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규정만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제21대 국회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 여성 비율은 59.6%이지만, 지역구 의원 여성 비율은 11.5%에 불과하다는 게 인권위의 지적이다.
인권위는 또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후보 공천시 성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규정 자체가 없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여성 후보 공천율은 매우 낮고 역대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으며 기초자치단체장의 여성 비율도 3.5%에 불과해 여성의 과소대표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성별할당제가 불균형 해소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임의규정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선거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 방식도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성과 여성의 실질적 참여와 평등 실현을 위해 현행 성별할당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