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에서도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출범한지 얼마 안된 윤석열 정부가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을 국정 과제로 꺼내들었으며, 국회는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부산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2억원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신한은행은 해당 사고를 인지하고 지난 12일 전국 각 지점에 ‘시재금(고객 예금을 대출 등으로 내주고 난 뒤 금고 안에 남은 돈)을 특별 점검하라’는 공지를 준법감시인 명의로 보냈다.
신한은행은 횡령한 직원을 신고하고 법적 제재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횡령 금액이 10억원 미만이면 따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사고 금액이 3억원 이상이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앞서 우리은행에서도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 횡령사태는 직원 전 모씨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빼돌린 정황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횡령금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주관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엔텍합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에 이자 36억원을 더한 614억원이다. 여기에 지난 1월 우리은행에서 영업점 직원이 회삿돈 4억9000만원을 빼돌리다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적발, 전 금액을 회수하기도 했다.
횡령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횡령·유용 사건은 무려 8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액도 35억9000만원, 25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16건(7억3000만원), 우리은행 15건(27억3000만원), KB국민은행 11건(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금융사인 시중은행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논평을 통해 “시중은행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감사실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횡령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유명무실한 형식적 시스템에 불과했다는 의미”라며 “금감원의 감시·감독 체계마저 무용지물이었던 만큼 감독체계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와 전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은행서 자금 유용 사고들이 계속 발생하자 정치권이 올려놨던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강화하는 취지의 여러 법안이 계류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부통제 기준 및 위험관리기준을 위반한 금융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임원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지난해 5월 발의했으며,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해 7월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6월 금융사 대표,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에게 내부통제 기준, 위험관리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고 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때 금융위가 해당 임원들을 제재할 수 있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연이어 은행권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법안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최근 발생한 사건들의 경우 내부통제시스템을 악용한 사례인 만큼 이를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