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격화된 글로벌 경제 불안이 한국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국내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같은 상황 속 퍼펙트스톰(복합적 위기)가 다가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사에게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주문했다.
정은보 원장은 1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자문회의 전체 회의’에 참석해 “최근 전 세계적인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강도 높은 긴축에 돌입하고 있어 글로벌 경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2년 만에 열린 금융감독자문회의는 균형 잡힌 금융 감독 업무 수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계, 법조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금융계 등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선 최근 거시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 금융 상황 변화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
정 원장은 “국내 경제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에 직면하면서 경기하방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어 그간 걱정하던 ‘퍼펙트스톰’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가장 먼저 단기금융시장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단기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경우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유동성 현황, 업권간 리스크 전이 및 시스템리스크로의 확산 가능성 등을 사전에 폭넓게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사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국가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한도 관리의 적정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사들에게는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요청했다. 정 원장은 “비은행권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등 대체투자 관련 자산에 대해서도 투자손실을 적시에 평가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여 나가겠다”며 “현재의 안정적인 지표 등에만 의존하지 않고 잠재부실을 감안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하는 등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원장은 금리상승기 소비자보호에도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정 원장은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 등 가계부채 부실문제가 우리 경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되, 서민 등 실수요층의 자금애로는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며 “예대금리차 공시를 강화하고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