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저녁 두끼를 다 사먹는데 공시생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하루 밥값으로 만원 안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일반 국가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박주연(26·여)씨는 노량진 인근 원룸에서 자취 중이다. 1년 가량 수험 생활을 한 박씨는 최근 계속 오르는 밥상 물가에 근심이 한가득이다. 그는 "집값도 문제지만 식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끼니를 때우려고 보통 패스트푸드나 김밥,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한다"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실내에서 도시락을 못 먹게 되면서 부담도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잇따라 오르는 외식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공시생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24일 기자가 노량진 일대에서 만난 공시생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식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공시생들은 식비 걱정이 극심하다고 털어놨다.
다음달 경찰공무원 면접을 준비 중이라는 박희승(39·남)씨는 "수험생 중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은 500~1000원 물가가 오른 게 크게 느껴진다"면서 "식자재 영향인지 인근 식당들도 밥값이 대부분 올랐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김진수(32·남)씨도 "작년과 비교하면 근처 식당들이 올해 1월부터 가격을 1000원 정도 올린 것 같다. 자주 가는 국밥집도 원래 6000원이었는데 최근 7000원으로 올랐다"며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며 공부한다면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은 식비가 매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로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4.8%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역별로 2020년 물가를 100으로 잡고 가격 변동을 측정한 것이다.
실제 식재료는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오뚜기 콩기름(900㎖)의 평균 판매 가격은 502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59원)보다 1464원 올랐다. 최고가는 5980원, 최저는 4050원이었다. 해표 식용유(900㎖)도 평균 4110원에서 4402원으로 비싸졌다. 식용유 100㎖당 가격은 1월 511원에서 2월 515원, 3월과 4월 530원으로 계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세계 해바라기씨유 1, 2위 생산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인근 상인들의 시름도 깊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장 모씨(45·남)는 "식용유 18L 한통이 예전에 2만8000원이었는데 최근 5만8000원 정도로 올랐다. 휘발유보다 비싼 수준"이라며 "식용류 뿐만 아니라 육류, 유제품 등 전반적으로 식자재 가격이 30% 이상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여파와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시생들이 자주 찾는 '고시 뷔페' 역시 1000원이 올랐다. 고시 뷔페를 애용한다는 공시생 박상욱(30·남)씨는 "가장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곳이 고시 뷔페라 주 4회 이상 이용을 하는데 올 초 6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날 점심시간에 들른 노량진 컵밥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두 세명 만이 선 채로 밥을 먹고 있었고, 예전의 긴 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업을 하는 노점보다 문을 닫은 노점이 훨씬 많았다.
한때 노량진 공시생들의 '소울푸드'로 불렸던 컵밥마저 올 들어 가격이 500원 인상됐다. 지난해 3000원이었던 컵밥은 현재 3500~45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각종 토핑이 추가되면 5000원 정도다. 컵밥 이외에 볶음면과 쌀국수, 덮밥 등도 3500~5500원 수준이다.
노량진 컵밥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50대 이 모씨는 "날치알 등 원재료 값이 너무 뛰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컵밥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일괄적으로 500원 가격 인상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해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