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판결 파장…진화 나선 고용부

임금피크제 판결 파장…진화 나선 고용부

“대부분 정년연장형, 판례와 본질 달라”
대법원 판결 이후 대기업·금융권 노조 중심 소송 움직임
대다수 사업장 ‘정년연장형’ 적용

기사승인 2022-06-03 16:19:04
고용노동부. 박효상 기자

대법원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한데 대해 노사 분쟁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진화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3일 크라운제과 본사를 방문해 임금피크게와 관련한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해 “크라운제과에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배경으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며 “금번 판례에서 다룬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에서도 밝혔듯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도 항상 위법인 것은 아니고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퇴직자 A씨가 B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연구기관은 2013년 기존 성과급제를 임금피크제 형태로 바꿔 시행하면서 정년을 61세로 유지하되 55세 이상 근로자들에 대해선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했다.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정년 변화가 없는데 동일한 수준의 근무를 하면서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게 된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B연구기관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 중에서도 정년은 그대로 두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이라고 봤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기업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개선이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달 29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사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KB국민은행 노조도 임금피크제에 대한 소송 제기를 위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고용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 중인 사업장 대부분은 ‘정년연장형’을 택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고용부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사측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다”며 “대법원은 보도자료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감액의 적정성 △임금 감소 보완 조치의 적정성 △감액 재원의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 달성 여부 등 임금피크제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전날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 대응방향’ 지침을 배포하면서 “법률자문 및 소송지원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별 사업장의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경우 노동조합은 해당 조합원의 소송 지원,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라며 조합원들의 소송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밝혔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임금체계 개편을 언급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각에서는 임금 체계 재편을 호봉제, 즉 연공 서열형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 장관은 “고령인구 증가, 다양한 근무형태 확산 등 노동시장의 메가트렌드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 장년과 청년, 노동자와 사업주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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