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더라도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의 해석이 나왔다.
고용부는 3일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를 통해 임금피크제 관련 궁금증들을 판례 분석으로 해석한 자료집을 공개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자 고용부가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음은 임금피크제에 대한 고용부의 설명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Q.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정년유지형·정년연장형·재고용형·근로시간 단축형 등 네 가지로 나뉜다.
Q. 임금피크제 관련 최근 대법원 판결은 무엇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퇴직자 A씨가 B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연구기관은 2013년 기존 성과급제를 임금피크제 형태로 바꿔 시행하면서 정년을 61세로 유지하되 55세 이상 근로자들에 대해선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했다.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정년 변화가 없는데 동일한 수준의 근무를 하면서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게 된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B연구기관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에 대한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다.
Q.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 어떻게 다른가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유지형이며,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이다.
7만6507개 사업체 중 87.3%는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2013년 5월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Q.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모두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 위법인가
-그렇지 않다. 대법원에서도 밝혔듯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무효한 것은 아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Q.연령차별에 해당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어떤 사례가 있나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이 타당하지 않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없는 등의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면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볼 수 있다.
Q.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어떤 사례가 있나
-법원은 지난 2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연령 차별이 아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원은 이 사건의 근로자가 정년퇴직 전 1년 동안 공로 연수가 가능했고 업무 시간 조정이 가능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Q.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나
-대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연령 차별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판례나 다른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 협의를 통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원칙적으로 연령 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Q.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중에서도 위법 사례가 있나
-명목만 임금피크제일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고법에서 확정된 판례에 따르면 정년을 2년 간 연장하는 대신 빠르면 44세부터 연차별 최대 5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근로자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으로 설계된 것으로 사실상 근로자를 퇴출하려는 의도의 임금피크제라고 판단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