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미즈 마블’ 1~2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에 사는 16세 소녀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은 캡틴 마블 ‘광팬’이다. 캡틴 마블에 관한 온갖 정보를 긁어모아 영상으로 만든다. 칸에게는 꿈이 있다. 다가오는 어벤져콘에서 친구 브루노 카렐리(매튜 린츠)와 만든 캡틴 마블 의상을 뽐내는 것. 의상 오케이, 소품 오케이, 포즈 오케이. 하지만 딱 하나 풀지 못한 숙제가 있으니 바로 부모님이다. “넌 다른 여자애들처럼 노출 심한 옷을 입으면 안 된다”는 엄마와 “우린 널 믿지만 다른 사람은 못 믿는다”는 아빠 때문에 칸은 골치가 아프다.
8일 오후 4시 1화가 공개되는 디즈니+ ‘미즈마블’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첫 무슬림 히어로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카말라의 부모님은 원래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 살았다. 인도와 내전 등을 겪고 ‘자식들은 원하는 대로 살게 하자’며 미국으로 이주했다. 카말라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슬람교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모님은 카말라가 만든 캡틴 마블 의상이 몸에 꽉 낀다는 이유로 마블콘 참석을 결사반대한다. 오빠이자 장남인 아미르 칸(사가 샤이크)이 카말라 편을 들어준 후에야 마지못해 허락한다. 무슬림 사회의 성 불평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어벤져콘에서 카말라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신체 일부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가 하면, 손끝에서 고체 형태의 빛이 뿜어져 나온다. 비밀은 칸이 이날 찬 팔찌에 있는 듯하다. 카말라는 ‘의상에 파키스탄 느낌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브루노 조언에 따라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보낸 팔찌를 몰래 차고 나왔다. 어리둥절한 채 집으로 돌아온 카말라와 브루노는 당분간 이 초능력을 비밀에 부치기로 한다. 카말라는 매일 저녁 초능력을 단련하는 동시에 외할머니의 비밀을 추적한다. 그러던 어느 날, ‘DODC’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은 요원들이 카말라를 추격한다. 카말라는 의외의 인물에게 도움을 받아 이들로부터 도망친다.
카말라는 ‘자유의 나라’ 미국과 무슬림 규칙을 따르는 파키스탄 공동체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여기에 초능력까지 생기면서 카말라의 머릿속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작품 분위기가 무겁지는 않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요소가 들어간 화면으로 재기발랄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 1·6화를 연출하고 전체 시리즈 총괄 프로듀싱도 맡은 아딜 엘 아르비 감독과 빌랄 팔라 감독은 모로코계 벨기에인으로 이슬람교 문화에 친숙하다. 6부작. 매주 수요일 새 에피소드 공개.
□ 볼까
마블의 문화 다양성을 지지하는 팬들에게 반가울 작품이다. “젊은 이슬람교도, 젊은 파키스탄인, 인도인, 유색인종, 젊은 여성 등 다양성을 보여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마블 콘텐츠·캐릭터 디렉터 사나 아마나트의 믿음이 여러 캐릭터에서 읽힌다. 카말라의 친구 나키아 바하디르(야스민 플레처)는 그 중에서도 특히 매력적이다. 남성 중심 특권층이 코란 해석을 독점해 생긴 성 불평등에 반기를 든다.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케이트 비숍(헤일리 스타인펠드), 아메리카 차베즈(소치 고메즈)를 잇는 MCU Z세대 히어로가 궁금한 관객과 한국 배우 박서준이 출연하는 영화 ‘더 마블스’(감독 니아 다코스타)를 기다리는 관객 모두 디즈니+에 접속하시라.
□ 말까
격렬한 전투 장면을 MCU 최고 매력으로 꼽는 관객에겐 권하지 않는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멋들어진 슈트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