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김아무개씨(가명). 쿠팡 플렉스로 활동한지 올해로 3년차인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5형제를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쿠키뉴스가 최근 그를 만나 어떤 이유에서 배송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육아와 배송업무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이 일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쿠팡 플렉스는 쿠팡이 24시간 배송을 하기 위해 도입한 배송 시스템이다. 익히 알고 있는 ‘쿠팡맨’과는 다르다. 쿠팡맨은 배달업이 곧 생업이지만, 쿠팡 플렉스는 일반인이 일정에 따라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일하는 부업 개념이다. 특수 고용 형태로 되어 있다. 본인 차량을 이용해 동네 배송을 통해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성별이나 학력, 직업에 관계없이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아들 다섯을 키우고 있는 46세 엄마이자 일산 덕양구에서 쿠팡 플렉스로 활동하고 있는 동네 배달원이다. 지금 막내가 5살, 큰 아이가 18살이다. 지난 2020년 2월부터 쿠팡 플렉스를 시작했다. 벌써 3년차가 됐다.
-어쩌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아이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이 있었고 10여년 동안 아이들만 돌보다보니 피로도 그만큼 쌓여 있었다. 부업을 생각하던 와중에 쿠팡에서 모집하는 알바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에 도입된 지 얼마 안되었던 일자리였다. 막상 해보니 평소 운전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향이었던 만큼 적성에 잘 맞았다. 무엇보다 알바 시간을 본인이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부업으로 충분했다. 물론 돈 버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자유로움을 느꼈다.
-하루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주간 업무와 새벽 업무가 있다. 저는 상황에 따라 둘 다 이용한다. 마감시간은 각각 오후 6시, 오전 7시다. 저의 주간업무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뤄진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학교 갈 나이가 안된 아이들은 근처 사시는 어머니께 맡겨 놓는다. 오후 1시 김포 물류캠프로 가서 차에 물건을 싣고 배송을 시작한다. 업무량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보통 6시 전에 끝난다. 새벽업무의 경우 오전 3시쯤 일어나서 배송을 끝내면 오전 7시 정도가 된다. 5시간 내내 배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배송은 2시간 정도 되고 나머지 시간은 차량에 물건을 싣는 등의 준비로 이뤄진다.
-무거운 걸 나르거나 하면 힘들지는 않은지
▶과거 소파, 수납장과 같은 큰 가구까지 날랐던 기억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연립주택 지역의 경우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활동적인 성향인 저로써는 그마저도 즐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식품 위주의 배송만 이뤄진다. 쿠팡이 최근 배송업체와 계약을 통해 이들과의 업무 분담이 이뤄지다보니까 상대적으로 무겁거나 힘든 물품들은 업체 영역으로 넘어갔다. 쿠팡 입장에서는 안전적인 배송시스템 구축을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쿠팡 플렉스는 특수고용 형태로 이뤄져 있어서 쉽게 일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쉽게 일을 관둘 수도 있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변수를 줄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보다 줄었지만 체력적으로는 더욱 편해졌다.-평균 수익이 제일 궁금하다
▶본인이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저 같은 경우 7일 중 6일을 근무한다. 하루 4~5시간만 잠깐 하면 되니까 크게 부담이 없다. 평균 40~50건을 배달하는데, 이를 주급으로 환산하면 60~70만원 정도가 된다. 한 달에 240~280만원 수준을 버는 셈이다. 일반 비닐배송, 프레시백, 박스마다 단가의 차이가 있다. 새벽업무의 경우 단가가 좀 더 비싸진다. 단가에 맞춰서 배송한 개수만큼 정산된다. 물론 기름값, 노동비 등 감가상각비는 있지만 순수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아무래도 짐 싣는 것이 가장 큰 노하우다. 얼마나 많은 물량을 순서대로 채워 넣느냐가 관건인데 처음에 골머리를 앓았다면 이제는 테트리스 하듯 차곡차곡 잘 쌓는다. 중요한 것은 동선에 맞게 잘 적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게는 집과 가까운 곳을 제일 마지막 코스로 놓는다. 동선을 잘못 짜게 되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시간, 기름값도 무너지다보니까 머리를 잘 써야 한다. 참고로 이 일을 하고 난 뒤로 후진 실력도 늘었다.
-본인 인생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노후화된 주택가 지역이나 빨간 엑스표자가 마구 쳐진 철거지역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무서웠다. 제가 선택한 지역이었지만 후회도 됐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그 동네에서도 밥 짓는 냄새가 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거촌에서는 아직 집을 못 비운 사람들이 남아서 쿠팡을 통해 먹고 살아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인 곳을 어둡고 습하다는 이유로 무섭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배송 업무를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많은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직업의식도 생겼다. 저는 배송업무를 하는 배달원임과 동시에 쿠팡 플렉스의 소비자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이 어떻게 배송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은지 알기 때문에, 배송을 할 때 최대한 수고를 들인다. 가령 물품에 먼지나 물기가 뭍어 있을 경우 털어서 봉지 각을 잡아 놓는다던지, 배송 완료 사진을 찍을 때도 최대한 성의를 들여 찍는다던지 말이다. 남들은 시간이 곧 돈인 일에 이같은 수고를 뭣 하러 들이느냐고 하지만 개인적인 뿌듯함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 일을 추천하고 싶은지
▶관심이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초창기 때만 하더라도 돈이 필요한 젊은 예술가, 백발 어르신들도 많이 함께 하셨다. 큰 돈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저처럼 짬을 내서 부업으로 돈을 벌기 원하시는 분이라면 해보길 적극 권장한다. 쿠팡에서도 플렉스 인원들의 뛰어난 노하우와 경험을 배송 경쟁력으로 잘 활용해 나가길 바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