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좋아한다고?…동물만지기·먹이체험, 이대로 괜찮나

아이가 좋아한다고?…동물만지기·먹이체험, 이대로 괜찮나

동물 체험하는 6세 아이 대형 뱀에 물려
동물보호단체 “온순한 뱀? 모든 동물 돌발 행동할 수 있어”

기사승인 2022-06-15 16:05:00
서울의 한 실내 체험형 동물원. 사진=임지혜 기자

“오후 2시 앵무새 체험 있습니다. 한 줄 서기 해주세요”

실내 동물원 직원의 말에 부모 손을 잡은 아이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섰다. 새장 속에 갇혀 눈으로만 보던 앵무새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 많은 아이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줄을 섰다. 겁을 먹은 한 아이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울며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아이의 부모는 등을 떠밀며 휴대폰 카메라를 들었다.

얼마 전 기자가 지인을 따라 처음 방문한 실내 체험형 동물원에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이다. 직원들은 동물이 다칠 수 있다며 아이들에 절대 움직이지 말 것을 강조했고 부모들은 팔이나 어깨, 머리 위에 앵무새를 올리고 목각처럼 굳어있는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아이와 앵무새와의 교감은 애초에 불가한 환경이었다. 

도심 곳곳에 이같은 체험형 동물원은 수없이 많다. 동물에 먹이를 주거나 만져보는 체험을 두고 안전사고 우려는 끊이지 않아 왔지만 “아이가 즐겁다”는 이유로 이런 체험형 동물원은 늘 문전성시다.    

실제 실내 동물원에서 동물을 만지는 체험 중 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14일 피해 아동 부모 등에 따르면 이달 12일 오후 1시40분께 대전의 한 실내 동물원에서 6세 어린이가 몸 길이 2m짜리 버미즈파이톤 뱀에 손가락을 물렸다. 이 사고로 아이는 3주 동안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해당 동물원은 평소 사육장에서 이 뱀을 사육하다 사육사가 뱀을 꺼내 아이들에게 안겨주는 방식의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아이를 문 뱀은 독이 없고 성격이 온순한 편으로 알려져 체험 대상 뱀으로 활용되곤 한다. 동물원은 문제가 된 동물 만지기 체험 행사를 폐지할 방침이다. 

지난 2016년에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동물 체험장에서 말 먹이 체험을 하던 2세 남아가 말에 얼굴이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실내 체험 동물원에서 동물들에게 물리거나 할퀴었다는 글은 꾸준히 올라온다.

지난 12일 대전의 한 실내 동물원에서 6세 아이가 몸 길이 2m 뱀에 손가락을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SBS 캡처

동물권행동 카라의 고현선 활동가는 “체험 동물원에서는 계속 크고 작게 물림 사고가 난다”며 “(논란이 된 뱀에 물린 사고처럼) 이 뱀이 온순한지 아닌지는 전혀 쟁점이 될 수 없다. 모든 동물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고 인간이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안전 수칙을 정해야 하지만 체험 동물원에서는 이런 고민이 부족한 상태다. 오히려 이런 위험한 상황을 고객들에게 체험이란 이름으로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동물원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다. 기본적인 사양만 갖추고 신고를 하면 합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 지자체가 관내 동물원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입장이다. 

지난해 7월 동물원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 수족관법) 전부개정안(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1년이 다 되도록 계류 중이다.

동물에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체험이 오히려 비교육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이상돈 전 의원과 함께 발간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는 “사람이 야생동물에 먹이를 던져주고 눈앞에서 야생동물이 이를 기다렸다가 받아먹는 모습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해당 종이 야생에서 인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가야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에게 의존하고 애완동물로 취급해도 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 활동가는 “아무리 잘해놓은 실내 체험 동물원(카페 등)이라고 해도 동물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공간이나 일조량, 공기 등은 실내 동물원이 충족해줄 수 없다”며 “특히 먹이체험에 동물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굉장히 먹이를 적게 주거나 주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물에 의해 물리거나 상처가 생겼을 때 감염 우려도 있다. 아무리 동물이 예방접종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진 균이 있어 이 균이 사람에게 옮겨졌을 때 위험한 할 수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실내 동물원에서 체험에 동원되던 야생동물 코아티가 인수공통질병인 결핵에 감염돼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감염병 회의’에서 발표된 이스라엘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체험 동물원의 동물들이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다제내성(MDR) 박테리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해 보이는 동물이라도 만지는 행동만으로 강력한 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활동가는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복지를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동물을 존중해야 하는 걸 가르치는 것이 생명 감수성이나 공감 능력을 교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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