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는 너구리였다 [LCK]

너구리는 너구리였다 [LCK]

기사승인 2022-06-17 07:00:02
'너구리' 장하권.   라이엇게임즈

기대했던 날카로움은 부족했지만, ‘너구리’는 ‘너구리’였다. 

1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담원 기아와 프레딧 브리온의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맞대결이 열렸다. 

이날 경기는 무엇보다 장하권의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2020년 담원 기아 소속으로 팀의 서머 시즌 우승과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이끌며 최고의 탑 라이너로 거듭난 장하권은, 이듬해 중국 프로리그(LPL) FPX로 이적했다가 올해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연습 경기에서 장하권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선수들의 후일담이 전해지면서, 지난 시즌 3위에 머물렀던 담원 기아는 단숨에 올 시즌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장하권이 이전처럼 대회에서 상대 탑 라이너를 찍어 누르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도 적잖았다.

그러나 한 시즌을 통째로 쉰 여파 때문이었을까. 일각의 우려대로 장하권의 실전 감각은 무뎠다. 

1세트 ‘세주아니’, ‘2세트’ 나르를 플레이 한 그는 특유의 라인전 기량을 앞세워 ‘모건’ 박루한을 밀어붙였다. 지난 시즌 담원 기아의 탑 라인에서 엿보였던 위태로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교전에선 번뜩임이 부족했다. 1세트에선 이렇다 할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고, 2세트에선 분노 게이지를 채 터뜨리기도 전에 상대 집중 공격에 거듭 전사하는 등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장하권도 “플레이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비록 날카로움은 부족했지만, 특유의 채찍 같은 피드백은 여전했다. 장하권은 치열한 연구와 무서운 자기 객관화를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다. 경기 종료 직후 코치진과 피드백에 몰두한 모습을 보여줬던 장하권은 이날 아쉬웠던 플레이를 짚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너구리 답게’ 경기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2년 전 리그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1세트 ‘세주아니’가 강한 턴을 잘 이용하지 못한 것과 궁극기 활용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2세트엔 ‘카밀’을 상대로 유리한 구도를 잘 살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메가 나르’로 변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안일한 판단으로 변신에 실패하지 못한 장면도 꼬집었다. 

장하권은 “내가 예전에 잘했던 메타와는 분명 다르지만 탱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케일’ 같은 것도 나올 수 있는데 내가 그런 유연함이 아직 부족한 느낌”이라며 “아직 여유가 없다. (팀이) 공격적으로 할 때 내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1세트 우리 바텀에서 긍정적인 콜이 많이 들렸는데 내가 잘 못 해줬다”며 냉철히 스스로를 진단했다. 

장하권은 자신의 복귀로 담원 기아가 우승 후보로 떠오른 것에 대해서도 “2020년도 롤드컵 우승 당시의 상체 3인방이 다시 모였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있을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긴 여정을 앞두고 어려운 첫 걸음을 다시 뗀 장하권이다. T1의 ‘제우스’ 최우제, 젠지의 ‘도란’ 최현준과의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팬 분들이 선물도 많이 보내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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