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감사” 北피살 공무원 아들의 편지…“文정권 국정농단” 고발 예고

“尹에 감사” 北피살 공무원 아들의 편지…“文정권 국정농단” 고발 예고

해경·국방부 약 2년 전 ‘월북’ 판단 번복…감사원 감사 착수
피살 공무원 아들 “아버지, 탈북자 아닙니다”
유족 측 “정보공개 안되면 文 전 대통령 등 고발”

기사승인 2022-06-17 17:53:54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에 의해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 편지를 전했다. 전날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이모씨에게서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2년 전 발표를 번복한 데 따른 것이다. 아들 이씨는 “아버지의 오명이 벗겨지는 기사를 보면서 그 기쁨이 컸다”면서도 “전(前) 정부, 전 대통령께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가슴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제 아버지도 똑같이 세금을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었다”며 “물에 빠진 어민을 구해 표창장도 받았지만 정작 아버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순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오히려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들어 그 죽음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다는 말로 무참히 짓밟았다”며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하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 손에 쥐여 주고 남겨진 가족까지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 전 정부였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 제 아버지 월북자가 아니다’라고 세상에 떳떳하게 아버지 이름을 밝히고 소리치고 싶었다. 대통령님 덕분에 이제야 해본다”며 “이제는 이런 원망도 분노도 씻으려 한다. 대통령께서 도와줬기에 저는 이제 제 위치로 돌아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고등학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이던 이씨는 지난 2020년 9월21일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33km가량 떨어진 북한 해역에서 피살됐다. 당시 해경과 국방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고 사건이 벌어진지 약 2년 만에 해경과 국방부는 이전의 발표를 뒤집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 일부. 김기윤 변호사 제공 

이날 이씨의 아내 등 유족과 유족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군 당국과 경찰 수사가 월북에 맞춰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탔던 어업관리선 무궁화10호 직원들의 해경 진술조서를 근거로 수사 당국이 당시 이를 편집해 증거를 공개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유족 측이 공개한 진술조서에는 “뉴스를 봤는데 월북이라고 나오는게 터무니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굳이 월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월북을 하기 위한다면 각 방에 비치된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 추운 바닷물에 그냥 들어갔다는 것은 월북이 아닌 자살로 생각이 드는 부분” “(이씨가) 북한에 관련한 말을 한 적도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해경이 월북 가능성을 부인하는 취지의 직원들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하달받았다는 국방부의 자료를 근거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공무집행방해죄 협의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달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당 원내대표에게 건의, 문재인 전 대통령 고발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감사원이 해경 및 국방부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하면서 당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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