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밝혀도 “용돈 ㅁㄴ 가능?”...채팅앱 검은 유혹

미성년자 밝혀도 “용돈 ㅁㄴ 가능?”...채팅앱 검은 유혹

오픈 채팅 ‘조건만남’ 제안...청소년 중 75.4% "타인에 개인 톡 받아"

기사승인 2022-06-21 14:59:08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야한 이야기 좋아해?”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해 16세로 나이를 설정하자 10분도 채 안 돼 4명의 남성이 말을 걸었다. 이 중 30세로 나이가 공개된 한 남성은 기자에게 “왜 학교에 안 갔느냐”고 묻더니 대뜸 “야한 이야기 좋아하나”라는 말을 꺼냈다. 또 33세로 보이는 다른 남성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 맞는지 확인하면서 “어디냐”고 물었다. 

동시에 소셜미디어 오픈채팅에도 “심심하다”는 내용과 함께 #06년생 #수다 등의 해시태그를 걸고 일대일 대화방을 만들었는데 개설과 동시에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다. 

“알바(아르바이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 남성에게 “무슨 알바냐”고 묻자 그는 “조건만남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 알바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자 “돈 많이 드릴건데”라며 아쉬워하는 듯한 반응도 보였다. 39세로 공개된 한 남성은 인사와 함께 대뜸 “용돈 ㅁㄴ(만남) 가능하냐”고 했다. 

채팅앱과 오픈채팅 등으로 청소년이 성착취 범죄에 노출된다는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이처럼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실제 20일에는 40대 충북도교육청 공무원이 채팅앱에서 만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교육청 소속 7급 직원인 A씨는 지난 16일 청주의 한 무인모텔에서 만 13세 미성년자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매매 알선 업자인 포주 B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를 검거했으며 이날 무인텔에서 B씨와 미성년자 3명, 또 다른 성매수남 1명도 검거했다. 

성매매 피해 주요 알선고리. 자료=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2021년 연차보고서’ 캡처

실제 청소년이 겪은 성착취 범죄 상당수는 이같은 채팅앱을 통해 이뤄진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 3일 발간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지원센터에서 서비스를 지원받은 727명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중 온라인을 통해 성매매 피해에 노출된 피해자는 434명(59.7%)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중 채팅앱이 338명(46.5%)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SNS 그루밍(길들이기) 피해도 문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가 경험한 또 다른 피해 현황 중 그루밍이 19.6%(269건)로 가장 많았고 디지털성범죄가 13.1%(180건), 폭행·갈취가 11.6%(159건)로 뒤를 이었다. 

주로 익명으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 채팅방도 10대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플랫폼이 됐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나쁜 어른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연령별 사용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조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10대 사용률이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이를 경험해 본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를 보면 2021년 6월부터 8월까지 조사에 참여한 전국 초등 5, 6학년과 중고등학생 3789명 중 16.3%가 익명 계정을 보유하고 타인과 대화한 경험이 있었다. 오픈채팅을 해본 청소년 중에서 75.4%는 타인으로부터 개인 톡을 받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 여자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이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제안을 받은 청소년 중 많은 수가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제안을 받은 여자 청소년 중 중학교 1학년은 53.3%, 중학교 2학년은 56.3%가 거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근영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디지털 성범죄의 예방 교육 연령대를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점까지 앞당겨야 한다”며 “중 1·2학년 시기의 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방어적이지 않은 경향이 발견된 만큼 이 시기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보다 명확하게 표적화된 내용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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