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전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행안부에 대한 경찰 통제 권고안이 21일 발표돼 경찰 내부가 뒤숭숭한 가운데 치안감 인사가 발표 2시간 만에 내용이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변경 경위를 두고 나온 경찰의 해명에 여러 추측이 이어지면서 경찰 내부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는 21일 오후 7시께 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이날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이후 인사 2시간여만에 대상자 7명의 보직이 번복됐다.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경찰청 교통국장) △최주원 경찰청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첫 명단에 없음→중앙경찰학교장)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경찰청 교통국장→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 등이다.
이번 사태에 경찰은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먼저 내놨다. 경찰청은 “인사 명단이 협의 과정에서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데 실무자가 중간 버전을 올리고 나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경찰청은 앞선 해명을 번복하며 “행안부에서 최종본이라고 온 것을 통보 받아 내부망에 게시했는데 시간이 흘러 행안부에서 다른 안이 최종본이 맞다고 했다”고 했다.
초유의 인사 번복에 이어 경찰청의 오락가락한 해명에 경찰 내부에서는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경찰청 소속으로 공개된 한 직장인은 시·도 경찰청장급에 배치되는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가 단순 신수로 번복됐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경찰청 직원은 “누가 마음에 안 들어서 7명이나 바꿨을지”라며 “행안부 대단하다. 경찰국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선 전날 자문위가 권고한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을 사실상 ‘경찰국’의 부활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찰국이 사라진 것은 지난 1991년 행안부에서 경찰청이 독립하면서부터다.
자문위의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청장 등 고위직 인사제청 관련 후보추천위원회(제청자문위) 설치 △경찰에 대한 감찰권 및 경찰청장 등 고위직에 대한 행정안전부장관의 징계요구권 부여 △수사심의위원회 역활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사는 자문위의 권고안에 대해 경찰청이 “이번 권고안은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 헌법 기본 원리인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고 비판한 직후 이뤄졌다.
일선 경찰들도 반발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시대의 역행”이라고 반발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