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적게 낳자’ 역사 속으로...“셋째는 의료보험도 안 돼, 그땐 그랬지” 베이비부머 이야기 ②피임 부르는 韓사회...“하나 뿐인 우리 금쪽이” 89년생 지영씨 이야기 ③저출산 韓 집단 XX 사회...“출산율 꼴찌? 나와는 관계없어” Z세대 이야기 |
1960~1970년대 산아제한정책으로 ‘적게 낳아라’던 국가의 주문은 반세기만에 출산 독려로 바뀌었다. 한국전쟁 직후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적게 낳아라’를, 이들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79~1992년생)는 ‘더 낳아라’는 정반대의 요구로 간섭을 받고 있다. 인구가 많았던 베이비부머들이 결혼하면서 출산율이 다시 증가한 시기가 바로 에코붐 시대지만, 이들이 결혼과 출산 적령기가 된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26만500명. 1970년 101만명에 비해 약 4분의 1수준이고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3만명의 절반도 못 미친다. 전쟁 상황보다 못한 출생아 수다.아이 낳지 않는 여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에코붐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의무가 아니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미덕으로 여겼던 부모 세대와 다른 분위기다.
3세 아이를 둔 1989년생 워킹맘 김지영(가명)씨는 더 이상 자녀 계획이 없다. 김씨는 “‘자기 밥그릇은 날 때 가지고 태어난다’고 옛 어른들은 말하지만 현실에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며 “더구나 아이 일로 조퇴 쓰는 것도 눈치보이는데 또 육아휴직 얘기하기는 더 눈치보인다. 둘째 낳기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외동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과 경제적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5세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 최하은(가명·33세)씨는 “걱정할 것 없이 돈을 잘 벌면 셋째, 넷째도 낳을 수 있다. 아이 돌봐주고 집안일 해주는 사람을 고용하는데 쓸 것”이라며 “아이를 키워주는 사람도 없고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사람도 없다. 아이는 어리고 돌봐줄 사람이 없어 9 to 6(9시 출근 6시 퇴근)도 사실상 불가능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다. 할 수 있는게 없는데 누가 아이를 더 낳을까”라고 반문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전략은 여기서도 나온다. 한 자녀 가정과 무자녀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 증가는 달라진 시대상을 보여준다. 특히 대졸 수준의 높은 교육을 받은 3040대는 우리나라 경제 활동의 주력 계층이 됐다. 이들은 노후를 위해 현재 자신이 일해야 할 때이고,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물가 인상에 따른 양육비 증가와 주거비 부담 등도 출산·육아를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성은영(가명·40세)씨도 둘째 계획이 없다. 외동인 아이에게 사랑을 쏟아주기 위함이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인 친정 어머니의 반대가 특히 컸다. 오랜 시간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을 하며 헌신해 온 성 씨의 어머니는 성씨가 출산보단 자신의 삶을 살길 바랐다고 한다.
부모 세대와 비교해 부부 평등 의식이 높아지고 자녀의 맞돌봄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아내가 양육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14일 발간한 ‘가정에서의 육아문화 진단 및 긍정적 육아문화 조성’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전국의 영유아·초등부모 1228명) 중 평일 자녀 양육 분담 정도는 아내 70.9%, 남편 29.1%)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남편 분담 비율이 높아져 아내 57.8%, 남편 42.2%로 조사됐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남성의 육아휴직도 증가세지만 공공기관, 대기업, 고소득자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성경(가명·39)씨와 박하나(37)씨는 남편의 육아휴직에 대한 질문에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 이들은 “다른 부서 이동이나 퇴사를 각오하고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더라”며 상당수 민간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출산장려금·육아지원금과 같은 정부 지원과 이른바 ‘육아템’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육아용품의 출현에도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고 있다. 부모 세대보다 아이 키우기 좋아진 환경임은 분명하지만, 그래서 실제론 더 힘들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김씨는 “아기 개월 수에 따라 필요한 활동과 관련한 정보가 인터넷에 쏟아진다. 장난감, 책 등 좋은 육아용품도 무궁무진하다. 너무 많이 (정보를) 아니까 우리 아이만 하지 않거나 (육아용품이) 없는게 불안하게 느껴진다”며 “다른 사람들이 육아하는 것을 보고 아이와 여러 활동을 따라해보면서 어른들러부터 ‘요즘 애들은 유별나게 아이 키운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윤지연(가명·36)씨도 “SNS를 통해 육아 정보를 많이 얻는 편인데 다른 아이의 패션, 엄마표 활동 등의 게시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경쟁하게 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