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0시27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전거래일 대비 750원(2.48%) 내린 2만9500원에 거래됐다.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만원대로 내려왔다. 장중에는 2만9300원까지 내리면서 상장 이후 최저가이자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같은시간 카카오페이는 전거래일 보다 300원(0.50%) 오른 6만500원 거래됐다. 전날(지난달 30일)에는 장중 6만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상장된 카카오페이 주가가 장중 고점(24만8500원) 대비 75%가량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담은 분석 보고서가 발간됐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했고, 카카오페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먼저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는 2만4600원으로 제시됐다. 현 주가인 3만1100원에 비해 20% 가량 낮은 수치다. 투자의견도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를 제시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 카카오뱅크의 주가에는 이미 플랫폼에 대한 기대가 충분히 반영돼 있다”면서 “은행 규제를 받고 있는 이상 은행의 성장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분기 대출 증가가 1000억원에 그쳤다.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를 목표로 한 감독당국의 규제 외에도 인터넷 은행들에 적용되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 목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원은 “성장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대출만기연장 부담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성장률이 낮아져 하락한 자본효율성 때문에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또 은행업은 철저한 내수 기반 산업으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회사 측이 강조하고 있는 플랫폼 수익도, 은행의 비이자이익과 큰 차별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넘칠 정도로 받고 있다”며 “은행의 경우 현 주가 수준에서 연 5%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당분간 배당이 없을 것이라는 기회비용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은 은행 대비 6배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놨다. 이병건 연구원은 카카오페이가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적정주가를 9만300원으로 봤다. 현 주가인 6만2000원보다 45% 가량 높은 수치다.
그는 “카카오페이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38%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가맹점 확대로 결제 부문의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 높은 결제액 증가, 추가되는 신규 금융서비스를 통한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익단의 경우 카카오페이증권의 MTS 관련 프로모션 비용, 보험 자회사 관련 비용, 인건비 증가 영향으로 올해는 적자를 예상했지만 내년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카카오뱅크가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자 1년 전 카카오뱅크 매도(SELL) 의견을 낸 대범한 애널리스트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장외시장 가격은 어이없는 수준이며 비교할 가치도 없음”이라면서 “이해하기 힘든 비교기업 선정” 등 카카오뱅크가 비싸다는 단호한 견해로 증권업계서 주목 받았다.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공모가는 3만9000원이었다. 김 연구원은 그런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됐다며 목표주가 2만4000원에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상장 전 공모가가 너무 비싸다고 보고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당시 매도 리포트를 냈다”면서 “카카오뱅크 이익의 대부분은 이자 이익에서 나오는데 이는 카카오뱅크가 결국 은행이다.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플랫폼 이익이 대폭 나와야하는데 단기간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매도의견을 낸 이유를 회고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