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이자장사 지적 논란에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연 5%를 넘는 주담대 금리를 5%로 제한하는 ‘파격’적인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주담대 금리를 낮추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곳은 신한은행인데, 이번달 초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신규 취급 고객에게 각각 최대 0.35%p, 0.30%p 금리 인하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취약계층 지원 부분으로, 6월 말 기준 연 5%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의 금리를 연 5%로 일괄 감면 조정해 1년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같은 신한은행의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지원대출이 아닌 일반 민간대출 상품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감면하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이외에도 현재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이미 낮춘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HANA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금리가 연 7%를 초과한 개인사업자들이 대출을 연장하면 금리를 최대 1%p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의 대출 금리가 기한 연장 시점에 연 8%로 나오면 1%p를 낮춰 연 7%가 적용된다.
또한 ‘새희망홀씨대출’ 신규고객에게도 금리를 1%p 인하하고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취약 차주에게 금리 인하 요구권을 안내해주는 주기도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이외에도 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0.10%p 확대했으며, 7월1일부터 0.10%p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확대, 총 0.20%p의 금리를 인하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도 우대금리를 0.10%p 확대해 고객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1~8등급 고신용 고객에게만 적용하던 가감조정금리를 9~10등급에도 확대 적용했다. 이에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에서 6%대로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p, 0.55%p 낮춘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달 24일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낮추기로 결정했다.
금리인상기임에도 시중은행들의 이례적인 대출금리 인하는 금융당국의 연이은 ‘이자장사’ 때리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야 한다”며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23일 이 원장은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이나 메커니즘(구조)에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면서도 “우리 헌법과 은행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은행의 공공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와 관련해 감독당국의 어떤 역할이나 권한이 있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시중은행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000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 자발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자부담으로 힘들어하는 차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