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서 몹쓸짓…“금방 잊힐 촉법소년” 아버지의 분노

태권도장서 몹쓸짓…“금방 잊힐 촉법소년” 아버지의 분노

피해 아이가 지목한 초등 남학생만 11명
피해 아이 부모 “촉법소년 하루빨리 폐지되길”

기사승인 2022-07-06 16:21:58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8살 딸아이가 태권도 학원에서 성추행과 폭행을 당한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연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연이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답답하고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올려 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두 아이의 아빠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멍투성이인 딸의 다리 사진을 공유하고 “사건이 알려지면 수사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촉법소년이 하루빨리 폐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린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8세인 딸은 또래보다 발달이 조금 느리다고 밝혔다. 지난 3일 A씨는 딸의 다리에서 심한 멍자국을 발견했고 이에 대해 묻자 딸은 “태권도에 다니는 오빠들에게 맞았다”고 답했다. 

A씨는 불안감에 태권도학원에 다니는 남학생들이 때리기만 했는지, 딸의 몸을 만졌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아이는 A씨에 “속옷을 벗기고 만졌다”고 말했다. 이에 아빠가 경찰에 신고하자 A씨의 딸은 그제야 “그 오빠들 나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때렸다”고 털어놨다. 

다음날 A씨는 경찰과 함께 태권도 학원의 CCTV를 확인했지만 최근 2주간의 영상만 저장돼 있었다. 그 기간은 아이가 도장에 바로 가기 싫다고 해 아이가 직접 하교를 같이하고 집에 데려왔다가 학원에 보낸 기간이었다. A씨는 CCTV에 증거가 남아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후 A씨는 가해자를 찾기 위해 태권도장 블로그 사진을 둘러보던 중 아이가 “얘도 그랬다. 얘도”라고 지목했다. A씨에 따르면 아이가 지목한 학생은 무려 11명이나 됐다. 

A씨가 가해자로 추정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4학년 정도다. A씨는 “아이들은 촉법소년으로 (처벌받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고 별 탈 없이 지내겠죠”라고 토로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멍투성이인 다리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무 화가나고 속상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특히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촉법소년을 하향해야 한다” “일찌감치 싹을 잘라야 한다” “촉법이고 뭐고 간데 체포해야 한다” “촉법소년의 부모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등 누리꾼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뜻한다. 형법 9조에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성인처럼 형사 처벌을 받는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감호위탁·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을 받는다. 가장 무거운 처분인 ‘소년원 2년 이내 송치’가 내려져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정해진 촉법소년 기준연령은 69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14세 미만 촉법소년 소년부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 △2021년 1만91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기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초등 6학년 남학생이 교내에서 싸움을 말리는 여자 담임교사를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6일에는 충남 서산시에 사는 초등학생 3학년 남학생들에게 6학년 남학생들이 폭행뿐만 아니라 유사 성행위를 시켰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다. 

홍 의원은 “단순히 소년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와 교육을 통해 소년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7일 집단폭행이나 특정강력범죄 등 중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2세로 하향조정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무부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8일 법무부 주례 간부간담회에서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과제를 속도감 있게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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