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잇달아 금리인상기 ‘이자장사’에 몰두하지 말라는 경고가 이어졌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시중은행의 실적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자장사’에 몰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달 초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신규 취급 고객에게 각각 최대 0.35%p, 0.30%p 금리 인하를 실시하기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취약계층 지원 부분으로, 6월 말 기준 연 5%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의 금리를 연 5%로 일괄 감면 조정해 1년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한은행 이외에도 현재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이미 낮췄다. 하나은행은 ‘HANA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금리가 연 7%를 초과한 개인사업자들이 대출을 연장하면 금리를 최대 1%p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새희망홀씨대출’ 신규고객에게도 금리를 1%p 인하하고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취약 차주에게 금리 인하 요구권을 안내해주는 주기도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0.10%p 확대했으며, 7월1일부터 0.10%p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확대, 총 0.20%p의 금리를 인하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도 우대금리를 0.10%p 확대해 고객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여기에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1~8등급 고신용 고객에게만 적용하던 가감조정금리를 9~10등급에도 확대 적용했다. 이에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에서 6%대로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p, 0.55%p 낮춘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달 24일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낮추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내리는 것은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은행의 ‘이자장사’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야 한다”며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융당국 및 정치권의 압박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지만, 상반기 실적 자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2분기 예상 순이익은 4조5938억원으로 전년대비 3572억원(8.4%)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까지 합치면 상반기 순이익은 9조18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역대 최대치(8조904억원)를 무려 1조원 이상 훌쩍 뛰어넘게 된다.
그간 고강도로 시행된 대출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감소했지만, 기업대출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565조2950억원으로, 올해 1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하며 7조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같은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534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559억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은 ‘맑음’을 그리겠지만,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오는 9월 100조가 넘어가는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의 만기가 끝날 예정이기 때문. 또한 가계대출 감소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은행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영업 감소 뿐 아니라 하반기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 등이 은행업계의 해결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출금리 감소세는 다양한 이유로 지속될 예정인 만큼 어느정도의 이익감소는 불가피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