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보리스 존슨 총리 결국 ‘백기’…3년만에 불명예 퇴진

英보리스 존슨 총리 결국 ‘백기’…3년만에 불명예 퇴진

재신임 한 달 만에 항복
야당·보수당 일부 “즉각 사퇴하라” 촉구

기사승인 2022-07-08 07:18:25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사퇴 성명 발표 도중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파티게이트’와 부적절 인사, 잇단 거짓말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 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집권 보수당 대표에서 물러난다. 2019년 7월 총리 자리에 오른지 3년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제1당대표에게 총리직이 자동 승계돼 집권당 당수직에서 물러나면 총리 자리에서도 내려와야 한다. 

보수당 전당 대회가 10월 초로 예정된 만큼 후임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존슨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내 일부 의원들과 야당은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BBC·CNN·ABC뉴스·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지도차를 선출하는 과정이 지금 시작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존슨 총리는 당 대표직 사퇴를 밝히면서도 자신의 치적 자랑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논쟁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많은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 고통스럽다”며 “브렉시트를 완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국가로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직을 유지하려는 의지에도 사임을 선택한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아줬으면 한다. 이것은 휴식이다”라면서도 정치적 몰락을 불러온 스캔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연설 중 회견장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존슨 총리는 잇단 스캔들에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코로나19 파티게이트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존슨 총리는 지난달 6일 신임 투표를 겨우 통과했지만 이번엔 성 비위 인사를 당내 요직에 앉히면서 거짓말까지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부 장관 등 50명이 넘는 정부 관료들이 줄사퇴하며 존슨 총리의 사임을 촉구했다. 심지어 존슨 총리의 측근이자 임명된 지 하루 밖에 안 된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 마저 “국가 이익을 위해 사임하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존슨 총리는 자진 사퇴를 권고한 마이클 고브 주택부 장관을 해임하는 등 초강수를 두며 버텼지만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다만 그는 “총리직은 새 총리가 정해지는 10월 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며 사퇴로 공석이 된 장관 인사를 단행했다. 

후임자가 선출될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세부 사항은 다음주 발표될 예정이다. 후임자로는 벤 월러스 국방장관, 페니 모던트 전 국방장관, 리시 수낙 전 재미장관,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장관 등이 거론된다. 

다만 야당은 존슨 총리가 총리직에서도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총리직을 몇 달 유지하는 데 대해 신임투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존 메이저 전 총리를 비롯한 보수당 내부 인사 일부도 존슨 총리가 더 빨리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메이저 전 총리는 “존슨 총리는 즉시 사퇴 압력을 무시하고 당이 후임자를 선택하는 동안 총리로 남을 계획”이라며 “현명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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