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에 엇갈리는 의료계 ‘입장’ 들여다보니

비대면 진료에 엇갈리는 의료계 ‘입장’ 들여다보니

초진 적용 여부·수가화·플랫폼 활용성 등 문제 산적

기사승인 2022-07-09 06:00:14
8일 한국보건의료원이 주최한 '2022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에서 임상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의 장을 열었다. 오른쪽부터 김유석 교수, 강민규 교수, 차원철 교수, 이상열 교수, 유지현 법무실장.   유튜브 캡처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한시적 차원을 넘어 법제화라는 문 앞에 놓였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의료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선뜻 의료계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받아들이기엔 초진 적용 여부, 비대면진료 서비스 플랫폼의 의료법 위반 사례, 수가 적용 방안 등 산적한 문제점들이 실제 시행해야 하는 의사들의 눈 앞을 깜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쿠키뉴스는 8일 한국보건의료원이 주최한 ‘2022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온라인 포럼’에서 임상 의사들이 바라본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료계 우려와 해결방안’을 정리해봤다. 

의료계 참여 ‘수가’ 적용 중요한데…

이상열 경희대학교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원격진료보다 포괄적인 기술을 포함하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사실 20년 전부터 도입 과정에 있었다”며 “특히 만성질환 관련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과거부터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2022년 3월까지 ‘비대면 진료 상위 5순위 상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본태성(원발성) 고혈압이 19%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제2형 당뇨병, 지질단백질대사장애, 코로나19 포함한 급성기관지염, 위·식도역류병 순이었다.

그는 “이를 토대로 봤을 때 실제 비대면진료가 제도권 속에 들어오면 만성질환 위주로 서비스가 확대될 확률이 높다”며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도와 연계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의원급 참여를 이끌어간다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 활성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문제는 ‘수가’다. 현재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수가가 반영된 케이스는 전화상담 관리료와 의료진평가지원금 정도인데, 대면 진료에 비해 낮게 측정돼 있어 의료계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낮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가 많은 의원급 경우 수가가 가장 낮게 반영돼 수익 감소로 이어져 저항감이 있는 상황이다”라며 “그 동안의 사례를 통해 합리적 수가안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유석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국민 니즈에 맞는 상담 시간, 그에 따른 수가 반영”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국민이 비대면진료에서 어떤 니즈를 충족하고 싶어 하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비대면 진료로 ‘3분 진료’를 받고 싶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얼마나 진료해야 충분히 자기 증상이나 앞으로 예후에 대해 만족할지를 먼저 파악하고, 상담 시간과 관련해 수가를 어떻게 받아야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신과의 경우 10분~20분 추가시 진찰료를 더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됐는데, 이런 수가제도를 비대면진료에도 적용한다면 국민과 병원 만족도 모두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비대면진료는 5년마다 이슈화되다 멈추고를 반복한 만큼 꾸준한 시범사업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구체화되지 않은 점이 많다”면서 “신의료기술로 반영할 것인지 부터 전화·화상 등 차이점들을 어떻게 고려하고 수가를 반영할 것인지, 어떤 의료 행위로 구분해야 할지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구분 짓고 수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진이냐 재진이냐”…효과 높이는 ‘시스템’ 정의 어디까지?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비대면진료를 경험해보지 않은 의료진’으로서 어떤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할 지에 주목했다.

차 교수는 “응급실 특성상 비대면 진료 현장 경험이 부족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비대면진료가 어떻게 될까’보다는 ‘어떻게 대응할까’가 가장 고민이다. 대면 회의를 예로 들면 대화 시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고 환자 상태를 보거나 간호사의 얘기를 듣는 등 다른 행동이 가능한데, 비대면진료는 듣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업무의 연장과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 환경에 따라 재증명이나 처방전 발급을 다르게 해줘야 한다. 즉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환자에게 합당한 인터페이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면진료 시스템과 비대면진료 시스템은 매우 세부적인 것부터 차이가 있다. 병원과 의료진이 이러한 변화에 준비가 됐는지 고려하고 진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강민규 충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효과성이 높은 비대면진료를 위해서는 ‘재진’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대면진료를 초진 환자부터 적용할지, 재진환자만 적용할지에 논쟁이 있는데, 실상 효과성을 보려면 의사가 진료에 대해 얼만큼 자신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진 환자는 의사가 그 환자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대면진료와 같은 퀄리티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다”면서 “모르는 환자에 대해 정보도 없이 진료를 보라고 한다면 의사 대부분이 솔직하게 ‘자신이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흔히 의사들이 하는 말 중에 ‘낯빛이 안좋다’라는 말이 있다. 환자를 처음 본다면 의사는 데이터보다 이전에 환자를 관찰하고 직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에 따라 심각성을 알 수 있다”며 “게다가 전화로는 충분하게 증상을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 상담 이후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우려점을 고려할 때 초진 환자는 대면진료에서만큼의 좋은 진료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강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 즉 비대면진료를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도 살펴봐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는 “비대면진료는 실상 거동이 어려운 고령자나 취약계층에게 필요한데, 막상 이들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 프로젝트에서도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용법을 반복해서 교육하고 있지만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비대면진료 효과를 높여줄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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