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속 ‘고인물’, 불공정 유통 문제…국민 피해도 가중

병원 속 ‘고인물’, 불공정 유통 문제…국민 피해도 가중

독점 간납사의 거래가 부풀리기·대금지연 등 횡포多…보험재정 부담↑

기사승인 2022-07-13 09:00:10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재현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의약품정책연구소장(왼쪽)과 임종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자문위원(오른쪽)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대학병원 속 의료기기·의약품 불공정 유통거래 문제가 수년째 지적되면서 ‘고인물’ 취급을 받고 있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 부담 증가, 관리 소홀 등 국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이재현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은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매년 의약품의 의료기관 직영 도매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학병원이 특정 의약품 도매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거래를 했다는 내용이다”면서 “즉 부속병원이라는 확고한 의약품 수요처를 확보한 학교법인 등이 신규 의약품 도매상의 49%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래전 정부는 의약품 유통체계 및 판매질서 유지 차원에서 의료기관 개설자의 의약품 도매상 개설을 금지했다. 이러한 도매상은 의약품 실거래가를 부풀리고, 의료기관은 도매상의 경제적 이윤 증대를 위한 과다 처방, 조제 및 투약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 제도 구축, 감사를 통해 단속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편법으로 암암리에 불공정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납품권을 매개로 제약회사에 높은 마진을 요구하고 해당 의료기관에는 상한가로 납품하면서 그 차액을 기부금 또는 배당금으로 활용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 소장은 “의약품 도매상을 소유하거나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의료기관과 거래를 위해서 제약 회사나 다른 도매상 모두 해당 도매상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근간으로 유지해 온 실거래가상환제도 틀을 무너트리는 것이며 보험재정에 손해를 끼치는 중대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병원에 납품되는 의료기기 상황 역시 비슷했다. 심지어는 의약품 보다 유통 제도가 미약해 제제도 불가능 했다.
   
임종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자문위원은 “치료재료 공급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거래를 연결시켜주는 간납업체는 합리적인 가격을 유도하는 역할이지만, 독점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불공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대금지급 지연 및 지연된 대금에 대한 담보 미설정으로 공급 업체에 위험을 전가시키는 한편, 가납 형태로 인해 의료기기 환자가 사용하는 최종 소비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가납이란 의료기관이 사용할 치료재료를 의료기관 내 창고에 납품하도록 하고, 의료기관이 사용한 분량만큼만 대금을 사후에 지불하는 간납사의 재고 관리 방법이다. 

문제는 간납사가 가납으로 의료기관에 치료재료를 납품 받아 놓고선 손실이 발생해도 그에 대한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일단 물건이 납품되면 공급업체가 직접 사후관리하기 어려워 관리가 소홀해지고, 향후 사용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임 자문위원은 “의약품 경우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금지’, ‘약국관리료’, ‘의약품 관리료’ 등 보험급여로 관리비용을 인정해주고 도매업 허가제 시스템 이지만 의료기기인 치료재료 경우 신고만 하면 판매업소 설립이 가능하고 관련 법안이 정해져 있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 공급내역보고업무를 담당하는 부처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통과정을 투명화할 수 있도록 법 테두리가 마련돼야 한다. 우선 의약품과 의료기기 유통과정을 동일한 유통제도로 개선하고 기초자치단체장이 도매업허가를 취득해야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허가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열린 정책토론회 전경모습.   사진=박선혜 기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건전한 유통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계, 정부 의견이 제기됐다. 

김상일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의료계도 유통구조 선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납사나 구매대행업체를 없애기엔 소규모 병·의원들의 고충이 있다. 효율적으로 의약품을 구매하거나 관리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며 “해외 간납업체 사례처럼 수수료 관련 규제를 만들거나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모든 병원을 다 적용하기는 힘든 만큼 우선은 상급종합병원만 타깃해서 유통 구조를 선진화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문제로 지적되는 곳이 주로 대학병원이기 때문”이라면서 “넓은 범위를 적용하다보면 좋은 뜻이 반영되지 않고 반대에 부딪힐 수 있으니 좁은 범위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수관계 없이 투명한 거래를 하는 의료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병원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의료기기 및 의약품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개선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실제로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 깊이 고민하고 개선 방향을 정해야 한다. 간납사를 없애는 게 맞는 것인지, 그 다음의 마진 구조는 어떻게 구성해야할지, 제도의 배경이 되는 실거래가 상환제가 어떤 의의가 있는지 되짚어 봐야한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접근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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