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습으로 사망한 것을 두고 국내외 언론에서 일본 전·현직 총리 등을 향해 가해진 피습 역사와 관련한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본의 정치 폭력 역사를 다루면서 안중근 의사를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4일 SNS에 WSJ가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의거를 예시로 다룬 것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명백한 ‘역사인식 부재’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된 기사는 WSJ가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한 ‘아베 신조 총격 사건이 일본의 전쟁 전 정치폭력 역사를 상기시킨다’란 제목의 기사다.
WSJ는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을 통해 일본의 전·현직 총리, 정치인 등 테러로 사망한 일본 정치사를 다루면서 ‘정치 폭력의 역사’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예시로 들며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한 총리 중 한 명인 이토 히로부미는 1909년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기차역에서 살해됐다. 암살자는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에 반대했던 한국인 민족주의자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하라 다카시 총리가 1921년 도쿄역에서 한 청년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1930년대 하마구치 오사치 당시 총리가 우익 청년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어 이듬해 세상을 떠난 사건, 1960년 야당 대표가 선거운동 중 흉기 에 찔려 숨진 사건, 2007년 당시 4선을 목표로 하던 이토 이치나가 나가사키 시장이 폭력배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등을 열거했다.
WSJ는 “총기가 엄격히 제한되고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정치적 폭력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드물었던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의 피살 사건은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서 교수는 “(WSJ가 거론한) 다른 사건들은 일본 내부의 정치적 문제로 인한 폭력 사건인 반면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은 ‘독립운동의 일환’”이라며 “WSJ에 기사 수정요청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내 누리꾼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SNS와 관련 뉴스 댓글 등에는 “외국 시각에서 중립화해 본다해도 식민지화에 항거한 민족주의 테러와 개인 원한에 따른 테러를 비교하는게 맞나” “테러와 비교해선 안 된다” “안중근 의사와 아베 암살범을 어떻게 비슷하게 볼 수 있나” “아베 암살범은 일본인인데 왜 자꾸 한국이랑 엮는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