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정부의 중대재해법 경제 형벌규정 완화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안 개편 논의 시기와 맞물려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시공을 맡은 인천 서구, 충남 아산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두 사업장 모두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
정부는 사고 다음날인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법 개편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논의 내용은 법안 강화가 아닌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테스크포스)’ 출범이었다.
TF 측은 현재 중대재해법에 대해 “과도한 형벌조항은 민간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한국의 상대적 투자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 상황”이라며 “기업의 민간 중심 역동 경제 활동을 위해 경제 형벌 규정에 대한 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처벌 완화는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지난 15일 핵심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중대산업재해 감축 등을 언급하며 당장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닌 ‘충실히’, ‘필요한’ 등 행정법상 모호한 부분들을 수정해나갈 것을 밝혔다.
또 경영계에서 꾸준히 지적한 ‘경영책임자의 범위’에 대한 내용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한다. 하지만 시행령에는 해당 내용의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히 정해져있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처벌의 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이 갖고 있는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미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용노동부는 경제형벌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정부와 달리 계속 신중한 입장을 보일 전망이다.
문은영 법률사무소 문율 변호사는 “현 정부와 달리 고용노동부는 이전부터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상황”이라며 “해당 법안을 제대로 적용시켜볼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도 “노동부는 이전부터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온 상태”라며 “다만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들이 해당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 노동부가 이런 반대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번 개편 논의가 향후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법안이 모호하다고 지적을 받은 바 있지만 기업마다 차이가 있어 구체적인 규정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전 보건 의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연말까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목표로 오는 8~9월 입법예고 후 10월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나아가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중대재해 전문가 TF’를 통해 현장에서 제기되는 처벌규정과 관련된 애로사항 및 법리적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다만 개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같은 무리한 접근은 지양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령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개선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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