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반발 ‘경란’ 확산에…“집단행동 부적절” 우려도

경찰국 반발 ‘경란’ 확산에…“집단행동 부적절” 우려도

행안부 경찰국, 국무회의 통과…내달 2일 16명 조직 출범

기사승인 2022-07-26 13:05:46
경찰청. 사진=임형택 기자

“치안 서장(총경)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오는 30일 개최를 예고했던 경감·경감급 현장팀장회의가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됐다. 경찰의 반발 움직임을 ‘쿠데타’에 빗대며 비판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돌아가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더욱 거세지는 ‘경란(警亂)’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행안부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경찰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기본 사무이고 최종적 지휘감독자는 대통령”이라며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취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경찰 지휘부는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개최하고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나머지 참석자들에 대해서도 감찰에 착수했다. 이들이 경찰 수뇌부의 회의 중단 및 해산 명령을 불복하고 회의를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하나회가 12·12 구데타를 일으킨 것이 이렇게 시작됐다”고 비판했고, 윤 경찰청장 후보자는 일선 경찰을 향한 서한문을 통해 “연이은 모임이 자칫 국민들게 어떻게 비칠지 곱씹어봐야 한다”며 “이를 위반하고 모임이 강행될 경우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추가적인 집단 행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를 첫 제안했던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당초 팀장회의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고자 했으나 여러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사과 경제팀 소속인 김 경감은 “‘무기’, ‘총’과는 관계가 없는 수사과 소속으로 혼자서 기획, 추진하는 토론회인 만큼 ‘쿠데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쿠데타를 희망하는 경찰 동료는 참석을 자제해달라”며 총경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한 이 장관의 전날 발언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경감은 “30일 오후 2시 우리 14만 전국 경찰은 지난주에 개최한 총경 회의와 동일한 주제로 동일한 장소에서 모인다”며 “현장참석 총경들에게 했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전체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 주최자인 저와 회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직위해제 및 감찰 조사를 하실 것인지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과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임혁택 기자

경찰국 신설을 두고 빚어진 정부와 경찰 수뇌부, 일선 경찰의 갈등이 최고조를 치닫으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사이에선 경찰국 신설 반대를 옹호하는 의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일었던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이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을 떠올리면 경찰국 신설을 두고 일선 경찰이 집단행동을 보일 정도로 잘 해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치안 문제는 끊이지 않고 경제도 어려워 서민들은 삶이 팍팍한데 정부와 경찰은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 같아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관련 뉴스 댓글에도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냐” “검로경불(검찰이 하면 로맨스 경찰이 하면 불륜)” 등 경찰국 신설 반대를 옹호하는 글과 함께 일선 경찰의 반발에 우려하는 글들도 줄을 잇는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윤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 문제를 지적하며 “경찰 집단이 홀대받는다는 위기 의식에서 반발하고 있다.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고 안정된 정국 운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30년 전 인권 개념이 낮았던 시절 치안본부와 경찰국을 동일하게 볼 수 있을지 의문” “경찰 지휘부 명령을 거부하고 모임을 한 건 위험” “경찰국이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SNS에 “검경 수사권 대립 때마다 늘 경찰 편을 들어왔지만 요즘 경찰 일부 간부들이 하는 것 보니 어처구니 없는 일들만 벌어진다”며 “검찰에 의한 통제도 벗어나고 모든 수사권을 장악하고 대통령실·행안부 통제도 안 받겠다면 경찰 독립국을 만들겠다는 건가. 참 간 큰 조직이 돼 간다”고 비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경찰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달 2일 총 16명 규모의 조직인 경찰국이 공식 신설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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