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여름방학 중 학생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학원의 원격교습 전환을 적극 권고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8일만에 다시 10만명을 넘어서면서 낮은 단계의 방역 강화 조치에 나선 것이다. 여름방학 동안 일부 아이들의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학원·교습소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문을 닫을 수도 있게 되면서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 어쩌나” “왜 학원만 막으려 하느냐” 등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의 ‘방학 중 학교 및 학원 방역 관리방안’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보고했다.
교육부는 방학 중 학교·학원 방역 관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학원 등에서 학생들이 밀집돼 학습하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학원은 원격교습 전환을 적극 권고하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학원 종사자 및 원생의 등원 자제를 요청했다. 학원 주간으로 실시하는 단체활동 자제도 적극 권고했다.
정부의 적극 권고사항인데다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퍼지는 만큼 학원들이 확산세가 잦아질 때까지 다시 문을 잠그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만285명 발생했다.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4월20일(11만1291명) 이후 98일 만이다.
코로나19 재감염자 3명 중 1명이 17세 이하 소아·청소년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재유행의 확산세를 젊은 층이 이끌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질병관리청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에 따르면 국내서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부터 지난 9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다시 감염된 사람은 총 7만709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2만5569명으로 전체 중 33.2%를 차지했다.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학원 수업이 원격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등 3학년 아이를 둔 워킹맘 이자연(38·가명)씨는 “학교 돌봄교실도 이용 못해서 여름방학이 정말 걱정이었는데 오전부터 수업을 늘린 학원들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라며 “특히 예체능 학원은 돌봄 기능까지 해주고 있는데 이전처럼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한다면 (온라인 수업이 불가한) 예체능 학원들은 또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퇴사 위기였던 예전(온라인수업) 악몽이 떠오른다. 만약 학원이 문을 닫으면 방학동안 아이가 혼자 집에 있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초등 6학년 아이를 둔 주부 백은수(42·가명)씨는 “방학 때 학원이 문을 닫으면 일부 아이들은 거리를 배회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해외, 국내 여행 다니는 사람도 많은 현재, 왜 학원만 콕 집어 방역방안을 내놓은 건지 이해가 안된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마스크를 벗지도 않는다”고 했다.
맘카페에도 비슷한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지역 맘카페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학원들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가는 걸까. 2학기 등교도 어려울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다” “맞벌이는 정말 두렵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학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만만하게 학원이냐”는 반응이다. 학원 원장 등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는 “왜 툭하면 학원만 건드리나” “학원 죽이는게 과학방역이냐” “예체능 학원은 원격도 불가능하다. 권고든 의무든 수년째 정말 지겹고 힘들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권고일뿐 대면 수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도 원격수업 권고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단체는 “코로나19 상황 초기부터 휴원을 반복하며 운영난을 겪고 있는 전국 학원 종사자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며 어려움 속에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해 온 학원의 방역 노력을 혐하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유원 학원총연합회 총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매번 학원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애초부터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학원은 코로나19에 취약한 곳’이라는 프레임을 걸어놓고 무조건 규제만 하고 있는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특정 업종의 희생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정부의 핀셋 차별에 전국 100만 학원 교육자가 크게 분노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학원을 규제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