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대표직 복귀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이틀째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이른바 ‘준석맘’으로 알려진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대표와 케미를 보였던 홍준표 대구 시장도 이 대표에 대해 ‘당 대표로서 이제 손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며 이 대표의 퇴진을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일명 ‘윤핵관’을 저격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가처분을 하려고 하겠죠. 왜냐하면 지금 법률가들이 볼 때 이번 가처분은 거의 받아들일 가능성이 되게 높아 보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실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면, 대장이거든요. 말하자면 대장의 길을 가기를 원해요. 이게 무슨 법적인 것으로 가서 옳고 그름.. 제가 봤을 때 국민들께서 이미 다 보셨거든요. 국민의힘 상황을. 저는 우리 국민들을 끝까지 믿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입니다. 국민들이 굉장히 현명하고 되게 똑똑하시기 때문에 ‘국민의힘 상황을 지금 모르신다?’ 아니에요. 말씀을 안 하실 뿐이지 다 안다고 봐요.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도. 그다음에 판단도 다 하고 계시거든요. 그러면 이준석 대표는 굳이 가처분까지 가서 옳고 그름을 본인이 인정받는 그 길을 가야 되느냐,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라고 이 대표의 법적 대응 자제를 부탁했다.
이어 정 최고 위원은 “왜냐하면 대표이기 때문에. 지도자의 학습을 한다고 그러면, 당이 지금 내홍에 쌓였고 더 혼란을 거듭하고 만약에 본인이 가처분해서 이기면.. 차라리 지는 게 낫다고 보거든요. 이기면 더 혼란해지죠. 그건 수습이 안 돼요.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비대위로 가는 것, 당헌당규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것을 계속 주장했던 이유는 결국 지도자들은 당이 혼란스럽게 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당원들이 식구들이잖아요. 가족들이잖아요. 가족들이 혼란스럽고 고통 받는 걸 어떻게 지켜보냐고요. 저는 이제 지켜보기가 어려운 거예요. 더 이상 옳고 그름에 대해서 얘기하기가 고통스러운 거예요. 그리고 의총에서 의원들이 전부 다 비대위 가겠다고 했잖아요. 그 정도 됐으면 우리 가족들이 그게 틀린 길을 가더라도. 이 혼란을 더 크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이준석 대표는 이쯤에서 당 대표로서 이제 손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 저는 사실 이렇게 제안도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진짜 고민을 많이 하고 결정을 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에 홍준표 시장께서도 핵심을 계속 얘기하고 계시잖아요. 그분도 산전수전 나름대로 겪으신 분이니까. 저하고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라며 당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수습을 당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가 새누리당 내부 분열로 탄핵 당하고 지난 5년 동안 한국 보수 진영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천신만고 끝에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나 새 정부의 미숙함과 또다시 그때와 같이 내부 분열 세력들의 준동으로 윤정권은 초기부터 극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당대표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징계를 당하고 밖에서 당과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는 양상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꼭 지난 박근혜 탄핵 때를 연상 시킨다. 이제 그만들 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홍 시장은 “이미 이준석 대표는 정치적으로 당 대표 복귀가 어렵게 됐다. 자중 하시고 사법절차에만 전념 하시라고 그렇게도 말씀 드렸건만 그걸 참지 못하고 사사건건 극언으로 대응한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당 대표쯤 되면 나 하나의 안위 보다는 정권과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하거늘 지금 하시는 모습은 막장정치로 가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네요. 여태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 중재를 해보려고 여러 갈래로 노력 했으나 최근의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젠 그만 두기로 했다. 좀더 성숙해서 돌아 오십시오. 나는 그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상임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상임 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상 비대위가 구성되면 즉시 최고위원회 지도부가 해산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래서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권한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며 사실상 상임 전국위가 이 대표의 해임을 공식화했다.
서 의원은 “현재 당 대표의 사고 유무와 관계없는 것”이라며 “지금 현재 일하고 있다 하더라도 비대위 구성되면 그 즉시 최고위원회 해산되기 때문에 당 대표 직위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누가 자의적 해석하는 게 아니고 당헌·당규상 못 박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상임위원회를 열어 현재 당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결론 내리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을 추인했다. 이날 참석인원 40명 가운데 29명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이 의결됐다.
오는 9일 전국위에서 표결을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당헌 개정과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이 이뤄질 경우 비대위 체제 전환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이르면 이달 중순 비대위 구성이 완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람들 일정 맞춰서 과반 소집해서 과반 의결하는 것도 귀찮은지 ARS 전국위로 비대위를 출범시키려 한다며 공부 모임 한다고 국회에 수백 명씩 모이다가 전국위는 ARS로 해야 하는 이유는 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코로나로 집합금지가 있는 상황도 아닌데 ARS 전국위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준석을 아무리 공격하고 이준석에게 내부총질한다고 지적해도 부질없는 이유는 수많은 자기모순 속에서 이 판을 끌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총질 한다는 문장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준석이 당을 지휘할 때는 단 한 번도 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지는 일은 없었고 ‘이준석을 내쳐야 여성 표를 받는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속에 어제 드디어 전 연령에서 여성 지지율이 남성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대포위론(2030세대의 지지를 바탕으로 부모 세대인 506070세대의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을 대체할 전략이랍시고 모든 세대에게 미움 받는 당을 만들려는 바보들의 합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권의 지지율 위기 상황과 관련해 “지지율 위기 핵심이 뭔지 국민들은 모두 다 안다. 윤핵관 핵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 아닌가.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거다. 그런 사람이 대중 앞에는 나서지 못하면서 영달을 누리고자 하니 모든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라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가노는 ‘성 셋 가진 종놈’이란 뜻으로 삼국지의 등장인물 여포에게 장비가 붙인 멸칭이다. 양아버지 여럿을 섬긴 여포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됐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윤핵관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이는 2017년 대선 당시 장 의원이 소속돼 있던 바른정당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이었으나 이후 장 의원이 복당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대선 후보가 홍준표 대구시장이었던 점 등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