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3일 기자회견 이후 연일 언론에 등장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 이어 가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아슬아슬한 발언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세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전 대표의 폭주에 대한 당내 우려에 윤리위도 경고에 나섰지만 이 전 대표는 아랑곳없이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KBS라디오에서는 다시 윤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19일에는 MBN에 “당내 가장 큰 분란을 초래한 언사는 당 대표 행동에 대해 내부총질이라 지칭한 행위 아닌가”라고 발언했고, 다음날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은퇴 할 수 있도록 당원가입으로 힘을 보태달라”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 시장은 ‘성추문, 응석 참 구질구질하게 정치들 한다“며 국민의힘 내분 사태를 비판했다.
홍 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잡스럽고 구질구질하게 지엽 말단적인 건수만 붙잡고 같은 편끼리 서로 손가락질에만 열중하는 구질구질한 정치들만 한다. 안그래도 폭염에 폭우에 짜증난 국민들을 더 화나게 만든다. 한쪽은 오래된 성추문으로 공격하고, 한쪽은 되지도 않은 응석과 칭얼거림으로 대응한다. 구질구질하게 살지들 마라. 세상은 그리 길지 않다”며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대표를 공격하는 윤핵관들 모두를 비난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도 19일 입장문을 통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원 누구든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 있어 당의 위신 훼손 등 당원으로서 품위유지를 위반하면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도 “당 대표를 했던 사람이 자기 탓은 하지 않고 전부 남 탓, 윤핵관 탓, 대통령 탓”이라고 지적했고, 이 전 대표를 옹호했던 조해진 의원 또한 “대통령이 잘되게 하기 위해 쓴소리하는 차원을 넘어버렸다. 일종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도 “자신이 속한 집권세력에 대한 팀킬로 미디어의 중심에 섰다. 대한민국 미래를 망칠 작정인가”라고 이 전 대표를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 또한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는 대선에서 문제를 일으킨 점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다. 결국 그것은 ‘내부총질’이 아니라 등 뒤에서 총을 쏜 것이다.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고 피해 호소인은 이 전 대표”라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나는 피해자고 저 통 큰 사람이 나를 공격해서 잘못됐다는 논리를 계속 끌고 가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하는 분들은 논리적으로나 진실 관계가 (이 전 대표의 주장이) 맞아서가 아니라, 대부분 (이 전 대표와) 엮이기 싫어서 그냥 잠잠해지기를 보고 있으니까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이 전 대표는 그냥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 대통령은 통 큰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속았다’고 하니 논리의 비약이다. 자신이 한 일이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었는지, 정당한 일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장제원·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들은 수도권 열세지역에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윤핵관’들, 그리고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총선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해라.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 서울시장과 맞붙은 정세균 전 총리, 황교안 전 대표와 맞붙은 이낙연 전 총리를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동력을 얻어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 그저 본인들이 우세 지역구에서 다시 공천받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것 같다. 호가호위한다고 지목받는 윤핵관과 호소인들이 각자의 장원을 버리고 열세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면 어쩌면 나는 윤핵관과 같은 방향을 향해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도권의 성난 민심을 함께 느끼면서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면 동지가 될 수도 있다. 윤핵관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나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SBS 8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사 참사나 인사 파문의 상당 부분에 대해 장 의원의 의도가 많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책임 여론보다 실제 져야할 책임이 좀 더 있다”며 윤핵관들 중 유독 장제원 의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최근 제가 ‘양두구육’ 하니깐 이철규 의원이 발끈하셨는데 그렇게 특이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을 보면 지적을 많이 했던 것이고, 장 의원은 윤핵관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 중 가장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으신 부분도 있다. 원래 장 의원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긴 하다”며 장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이 전 대표의 윤핵관 공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윤핵관의 핵심인 권성동‧장제원 의원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 전 대표가 지난달 7일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자 향후 지도 체제를 두고 두 사람은 입장을 달리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상 이는 ‘사고’에 해당한다며 그 기간 자신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겠다고 했지만, 장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견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과 만나 ‘직무대행 체제’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철규·윤한홍 의원 등 다른 윤핵관들도 함께 했지만, 장 의원만 참석하지 않아 갈등설이 불거졌다. 지난달 15일 오찬 회동으로 ‘화해’의 모습을 연출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전 같지 않다고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힘 내홍 책임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가량이 윤핵관을 지목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19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 중 누가 더 쇄신 대상이냐’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의 47.4%가 윤핵관을, 24.0%가 이 전 대표를 지목했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 모두’라는 응답에 23.7%가 답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윤핵관을 쇄신 대상이라고 선택한 응답이 높게 나타난 반면 보수층은 이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보수층 응답자 중 39.7%가 이 전 대표를, 35.9%가 윤핵관을 쇄신 대상으로 꼽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이 전 대표가 쇄신 대상이라고 지목한 응답이 48.9%에 달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62.2%가 윤핵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모든 세대에서 윤핵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윤핵관 46.4%, 이준석 24.2%, 이준석·윤핵관 모두 22.4%였으며, 30대는 윤핵관 44.1%, 이준석·윤핵관 모두 29.4%, 이준석 22.5%순이었다. 40대와 50대에서는 윤핵관을 지목한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보수 지지가 높은 60대 이상에서도 윤핵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로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