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지연…증권사 ‘미지근’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지연…증권사 ‘미지근’

기사승인 2022-08-23 06:00:02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시행을 예고했던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가 상당 시간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수 단위 주식에 어떤 과세 방식을 적용해야 할지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아서다.

소수점 거래는 투자자가 0.1주를 주문하면 증권사가 소수 단위 주문을 취합해 온주(주식 1주)로 만들어 자사 명의로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사로부터 온주 단위 주식을 신탁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주문 수량에 따라 수익증권을 취득하게 된다. 투자자는 배당 등 경제적 이익을 비율에 따라 분배받고, 의결권은 한국예탁결제원이 갖는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는 지난 2월 소수 단위 주식거래 서비스를 신규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하고 9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혁신금융사업자로 인가받은 증권사 24곳은 다음 달 26일 국내 주식 소수 단위 서비스와 관련된 전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인가받은 혁신금융사업자는 한국예탁결제원 외에 △교보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상상인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KB증권 △다올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다.

소수 단위 주식에 대한 과세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9월 중에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수점 단위 주식은 신탁 수익증권으로 보느냐, 주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과세가 달라진다. 신탁 수익증권은 배당소득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적용하지만, 일반 주식은 매매 시 거래세만 내고 차익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아닐 경우 비과세다. 

증권사들은 투자자 유인을 위해 소수 단위 주식의 경우 일반 주식 거래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반 주식 거래를 볼 경우 국내 주식은 상법상 하나의 주식을 더 잘게 나눌 수 없다는 ‘주식 불가분의 원칙’에 어긋난다.

업계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해 내년 상반기쯤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만 갖춘다고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닌데 9월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쯤에나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에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는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안 좋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여러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면서 “해외에 비해 고가주식이 적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운영 등에 투입한 비용 대비 증권사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1조원, 일일 거래량 20만주, 주가 5만원 이상인 종목은 약 60개다. 이 중 주가 10만원 이상인 종목으로 범위를 제한하면 절반인 약 30개에 그친다.

반면 미국 주식 대부분이 고가주식이다. 시총 20억달러(한화 약 2조6476억원), 거래량 20만주, 주가 50달러(6만6190원) 이상인 종목은 약 950개로 집계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으로 알려진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A클래스)은 5억원을 웃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의 경우 거래세가 0.23%에 불과하지만, 배당소득세는 15.4%에 달한다. 소수 단위 주식이 신탁 수익증권으로 결정될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도 주식과 차이가 커 매력도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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