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9시52분 기준 삼성전자는 600원(1.00%) 내린 5만94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1.67% 하락한 5만9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6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1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제 ‘칩4 동맹’ 가입이 중국 수출 타격 가능성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증권가의 부정적 의견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칩4 동맹은 미국의 주도로 한국, 일본, 대만 4개국이 안정적 반도체 생산·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반도체 동맹이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이에 중극의 한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보복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구상하는 칩4의 한국 참여는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에 부정적”이라면서 “칩4로 인한 수혜는 마이크론, 인텔 등 미국 기업에 집중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칩4는 미국 제조업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의체 성격을 띤다”며 “장기 목표가 미국 제조업 역량 강화인 만큼 마이크론과 인텔의 기술 역량 강화 가능성은 경쟁자인 한국 기업에 부정적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칩4를 크게 경계하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제재를 할 경우도 부정적”이라며 “중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서 74.8%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을 7.4%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전분기 발표한 전망치 13.6%에서 6.2%p 낮아졌다. 리차드 고든 가트너 프랙티스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이 다운사이클(하락 추세)에 진입하고 있다”며 “내년 반도체 매출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도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빠르게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당초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며 8월 1일 하루 사이에만 국내 12개 증권사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하향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 TV, 가전에서의 퍼포먼스 부족도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다. 반도체 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넘는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부문은 2분기 매출이 29조3400억원, 영업이익은 2조6200억원에 그쳤다. TV와 가전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600억원에 불과했다
가전 수요는 시장조사기관마다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초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으로 고용 위축과 수요 부진이 예고되면서다.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재고 판매 속도도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재고 회전 일수(재고가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는 평균 94일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2주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놔도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시장도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삼성전자는 수요 불확실성을 고려해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 전망치를 하향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연초까지는 하반기 스마트폰 매출과 물량 모두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후반 성장을 예상했다”며 “최근에는 시장 불확실성 영향이 있어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성장할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