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닭고기, 다른 치킨값’…치킨논쟁, 승자는?

‘같은 닭고기, 다른 치킨값’…치킨논쟁, 승자는?

불안한 점주, 난처한 납품사…웃는 본사?
육계협회, 닭고기 가격 3700원 수준
납품사 "닭고기 가격 원체 낮아 치킨논쟁 발생"
가맹점주 "원부자재값 상승으로 남는 게 없어"
치킨3사 역대급 실적…영업이익률 bhc 32%·교촌 6%·BBQ 17%

기사승인 2022-08-25 06:00:23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화제를 모으며 적정 치킨 가격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고물가 시대에 치킨의 적정 가격을 놓고 치킨업계가 갑론을박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같은 논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트 치킨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3사는 지난해부터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꾸준히 인상했고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가맹점주들은 지난해부터 본사 치킨 가격과 원부자재 가격이 동시 인상되면서 수익이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치킨 가격 논쟁이 불매로 이어질지 노심초사다. 납품사의 경우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체에 모두 닭고기를 납품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의 입장에 서기 난처한 상황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3000원 후반대에 머물러 있는 닭고기 가격이 지금의 치킨 논쟁으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납품가격은 같은데…소비자가격은 천차만별

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후라이드 단품 가격은 △비비큐(BBQ) 황금올리브치킨 2만원 △비에이치씨(bhc) 후라이드 1만7000원 △교촌 오리지날 치킨 1만6000원 등이다. 양념 등 조미가 가해질 경우 가격은 2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반면 대형마트 치킨은 6000~9000원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홈플러스 6990원 △롯데마트 8800원 △이마트 5980원 등이다. 소비자들은 마트 치킨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며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기 요리 또는 먹방 유튜버들은 마트별 치킨을 구매해 비교 시식을 하기도 한다. 전례 없는 고물가 시대를 지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마트 치킨 선호와 이같은 문화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사회 현상으로 보인다.

2만원과 6000원. 같은 닭고기인데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전날인 23일 기준 치킨에 사용되는 7~8호 닭고기 가격은 1kg당 4085원 이다. 그보다 조금 더 큰 9~10호는 좀 더 저렴한 3769원이다. 즉 대형마트나 치킨업체들은 비슷한 가격 수준의 닭고기를 공급받는 셈이다.

가격 격차는 이후에 일어난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치킨에는 마케팅비, 배달료, 배달중개수수료, 임대료, 포장비 등 부대비용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반대로 치킨업체는 납품받은 닭고기 가격에서 본사 마진, 자체 기술 등을 더해 통상 5000~6000원으로 가맹점들에게 공급한다. 이후 각 가맹점들은 부대비용을 더한 최종가격 2만원대로 치킨을 판매한다.

사진=연합뉴스

불안한 점주, 난처한 납품사…웃는 본사?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치킨집 점주는 “닭값 4000원, 기름값 1200원 두 가지만 더해도 원가만 5200원을 넘긴다. 대형마트 치킨에 큰 감정은 없지만 치킨 한 마리를 6000원대에 팔아도 남는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각종 원부자재값에 더 해 임대료, 인건비 등이 모두 올랐다. 저희가 무슨 폭리를 취하는 것 마냥 비춰지는 지금의 여론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납품업체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와 치킨업체가 고객인 만큼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치킨 논쟁의 핵심은 ‘닭고기 납품단가’ 때문이라고 봤다. 10년 전 닭고기 가격과 현재의 가격이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저렴하게 닭고기를 납품받아 업체마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치킨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0년 전인 2012년 8월22일 기준 9~10호 닭고기 가격은 3462원으로 현재 3769원과 307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1마리 가격이 커피 한 잔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저가 치킨부터 프리미엄 치킨까지 다양한 변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형마트의 반값치킨은 ‘미끼상품’으로 일종의 마케팅이다. 저렴한 치킨을 홍보함으로써 고객들이 매장에 방문하게 하고 추가적인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며 “코스트코의 전기통닭구이가 13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4.99달러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이같은 낮은 닭고기 가격에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3사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내며 이득을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들 3사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수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치킨 가격을 꾸준히 인상해왔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교촌 6% △BBQ 17% △bhc 32%에 달했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고 마진을 극대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닭고기 가격을 바탕으로 마트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저마다 다른 가격의 치킨을 만들어냈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수익극대화를 위해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고, 대형마트는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 치킨 가격에 반감이 생긴 소비자들을 공략해 저렴한 치킨을 출시했다”며 “어느 한 쪽이 잘못한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소비자들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업계는 이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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